베센트 “물가 둔화” 낙관에도 시장금리 뛰었다

2026-05-15 13:00:02 게재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

중동 전쟁발 유가가 변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체제에서 물가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물가가 쉽게 잡히기 어렵다고 보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CNBC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뜨거운 물가 지표가 한두 번 더 나올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상당한 물가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물가 상승이 에너지 공급 충격 때문이라며, 미국이 원유 생산을 계속 늘리면 이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베센트 장관은 “공급 충격보다 더 일시적인 것은 없다고 굳게 믿는다”며 “이란 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근원 물가가 내려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지표는 베센트 장관의 낙관론과 거리가 있다. CNBC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6% 올랐고,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소비자물가도 0.4% 상승했다.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전체 3.8%, 근원 2.8%였다. 생산자물가도 1.4% 급등해 전년 대비 6%를 기록했다. 202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는 같은 날 투자자들이 워시 의장이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뛰면서 물가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10년물 등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라퍼텡글러투자의 채권 책임자 바이런 앤더슨은 “유가가 움직이는 곳으로 금리도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보지 못한 5%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이 금리 인하 신호를 성급하게 낼 경우 채권시장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CA리서치의 라이언 스위프트 미국 채권 전략 책임자는 “워시가 처음 내놓는 메시지가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비둘기파적 주장이라면 채권시장에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물가 기대가 통제를 벗어나 장기 금리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연준이 올해 정책금리 목표 범위 3.5~3.75%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트모란파이낸셜어드바이저스의 짐 베어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워시 신임 의장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려는 순간, 그 앞에는 여러 과제가 놓여 있다”며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국제 유가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만으로 전쟁발 에너지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보유 채권 만기 단축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 로이터는 이런 정책 방향이 장기 국채 수요를 줄이고, 장기 금리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토비아스 미국 금리 전략가는 시장이 아직 워시의 대차대조표 정책을 이해하려는 단계라며 “케빈 워시가 합의를 구축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체제의 첫 시험대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유가와 물가, 그리고 장기 국채금리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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