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서 물 뽑아내는 기술기업 아토코
하루 4000리터 포집
담수화 보완재로 주목
아토코의 장비는 겉보기에는 대형 흰색 금속 상자에 가깝다. 그러나 내부에는 물을 저장하는 탱크 대신 금속유기구조체(MOF)가 들어 있다. MOF는 특정 분자를 끌어당기도록 원자 단위에서 설계된 나노 결정 구조다. 아토코 장비는 공기 중 H₂O 분자를 MOF의 다공성 빈 공간에 모은 뒤 열을 가해 이를 떼어낸 뒤, 응축 과정을 거쳐 액체 물로 바꾼다. MOF 물질 약 28그램은 축구장 하나에 맞먹는 표면적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촘촘하다.
아토코 창업자인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화학 교수는 MOF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2025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아들인 그는 요르단의 단칸방에서 아홉 형제자매와 함께 자랐다. 집에는 전기와 수도가 없었고, 정부가 1~2주에 한 번 물을 공급하면 가능한 모든 용기에 물을 받아두는 일이 어린 시절 그의 몫이었다. 야기는 모든 사람이 자기 물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물 독립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토코 장비는 화물 컨테이너 한 개 크기로, 하루 최대 4000리터의 물을 만들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병원 같은 핵심 기반시설에 설치할 수 있고, 외부 전력망 없이 햇빛만으로 작동하는 소형 모델은 물을 트럭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지역사회에 배치할 수 있다. 물 공급이 불규칙한 에티오피아의 한 마을에서는 장비 한 대로 약 8가구에 물을 공급할 수 있고, 캘리포니아의 물 효율이 높은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약 12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물 부족 위기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40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콜로라도강 유량이 기록적으로 적은 적설량 속에 급감하고 있다.
기존 대안인 해수 담수화는 수십억달러가 들고 완공까지 수년이 걸린다. 전력 소비가 크고 해양 생태계에 부담도 준다. 전문가들은 대기 수분 포집 기술이 단기간에 담수화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물 공급원을 넓히는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토코는 2027년 장비 200대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아직 주문은 받지 않지만,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구매 의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산 모델은 리터당 몇 센트 수준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으나, 이는 담수화 물보다 비싼 수준이다. 대신 MOF가 H₂O 분자만 끌어당기기 때문에 과불화화합물(PFAS),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이 없는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사 에어줄 테크놀로지스도 GE 버노바와 함께 하루 2000리터를 생산하는 MOF 기반 장비를 올해 말 양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동에서 기술을 시험 중이며, 이란 전쟁 이후 지역 내 관심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면 인공지능 붐으로 커진 지역 물 공급망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