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 홈쿠벤 상대 ‘17억 위약벌’ 항소심도 패소
법원 “원고 수주로 목표 미달 … 피고 책임 없어”
주방 가전 전문 기업 하츠가 유통사 홈쿠벤을 상대로 제기한 위약벌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14일 하츠가 납품 계약상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홈쿠벤을 상대로 제기한 17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홈쿠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제조사가 직접 수주하고도 유통사에 책임 묻는 건 부당하다”며 홈쿠벤의 귀책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홈쿠벤은 지난 2019년 1월 하츠가 생산하는 ‘동시급배기 후드’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판매하는 내용의 상품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홈쿠벤의 책임 판매를 강제하기 위해 ‘5년간 총 3만대 이상을 수주해야 한다’는 보장 수량 내용이 담겼다. 연차별 누적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족분 1대당 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위약벌 규정도 포함됐다.
하츠는 2022년 말 기준 홈쿠벤의 누적 발주량이 목표치(2만3400대)에 크게 미달하는 1만4141대에 그치자 부족분에 대한 위약벌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17억7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 물량이었다.
홈쿠벤은 2020년 2월 해당 단지 견본주택에 후드 5대를 이미 설치했으므로 계약 규정에 따라 전체 1만2032세대에 대한 수주가 완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츠는 실제 발주로 이어지지 않은 물량까지 수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피고(홈쿠벤)가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고의 귀책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초 피고가 영업하던 둔촌주공아파트 물량 중 상당수(7679대)를 제조사인 원고(하츠)가 직접 시공단 및 조합과 교섭해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이 선정되도록 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가 당초 둔촌주공에서 수주하기로 한 1만2032대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수주하지 못하면 납품계약에서 정한 목표 물량을 발주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조합 내지 시공단과 적극 교섭해 자사의 직판 제품을 선정하도록 하였거나 적어도 이를 용인했다”며 “조합 내부의 집행부 변경과 마감재 변경 과정에서 원고 제품이 최종 선정될 때 피고는 관여할 수 없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수주할 물량을 원고가 수주해 피고가 목표 발주 물량을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피고의 귀책사유를 인정하게 되면, 원고는 수주한 물량으로 판매 이익을 올리면서도 피고가 수주하지 못한 물량만큼 위약벌 이익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