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장, 환율 변동성 축소”
갭 리스크 52.6% ↓… 꼬리위험 악화 안 돼
야간 충격 분산효과 … NDF시장보다 안정적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앞두고 거래시간 연장이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간 거래를 통해 해외발 충격을 분산 흡수하면서 이른바 ‘갭 리스크(gap risk)’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한 이후 야간 갭 변동성은 52.6% 감소하고 꼬리위험도 악화되지 않았다. 야간 충격 분산 효과로 역내 정규장이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시장보다 안정적인 가격 형성 환경을 제공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7월부터 국내 중개회사의 중개시스템을 24시간 연장 운영하며, eFX(전자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야간에 별도의 외환 전문인력 없이 자동 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9월부터는 역외 원화결제망을 시범 운영한 후 내년부터 정식 시행하기로 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역외 원화 결제 기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에 따른 조치다.
다만 원달러환율이 작년 하반기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동성이 부족한 야간 시간대에 주요국의 정치·경제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7월 시행된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정책이 원달러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783거래일을 대상으로, ECOS(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역내 시장 데이터와 리피니티브 세션별 데이터를 활용해 분절회귀, 갭 변동성, 꼬리위험 등 다층적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거래시간 연장 후 환율 변동성의 유의미한 확대는 관찰되지 않았다. 거래시간 확대가 변동성을 악화시킨다는 우려는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거래시간 연장이 시장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수렴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갭 변동성 0.306%→0.145%로 하락 = 거래시간 연장 이후 갭 변동성은 평균 0.306%에서 0.145%로 낮아졌다. 감소율은 52.6%로, 야간 공백 시간이 줄어든 데 따른 기계적 기대 감소율인 36.8%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갭 변동성은 전일 종가와 당일 시가 간의 괴리로, 거래 공백 시간에 축적된 정보 충격을 반영한다. 거래시간 연장 전에는 오후 3시 30분 종가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7시간 30분 동안 역내 외환시장이 닫혀 있어, 이 시간 동안 해외에서 발생한 소식은 다음 날 개장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거래시간 연장 이후에는 새벽 2시까지 역내 정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 시장 공백 시간이 7시간으로 줄었다.
강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가 단순히 거래 공백 시간이 줄어든 효과를 넘어, 야간 시간대에 해외 뉴스와 글로벌 가격 변동이 역내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다음 날 개장가에 쌓이는 ‘미반영 정보’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갭 리스크의 축소는 시장 참여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거래시간 연장 이전에는 17.5시간 동안 역내 현물시장에서 포지션 조정이 불가능해 NDF 시장을 통한 간접적 헤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래시간 연장 이후에는 야간에도 역내 시장에서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갭에 노출되는 시간이 7시간으로 축소됐다. 이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외환시장에서의 위험 관리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강 연구위원은 “현행 기준 갭 변동성이 기존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갭 변동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며 “야간 정규장이 해외 뉴스와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흡수함으로써 갭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래시간 연장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로, 야간 정보 반영의 연속성 확보가 갭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완화하였음을 보여준다.
◆역내 정규장 안정적 = 유럽 시간대에서 역내 정규장의 변동성도 NDF 시장보다 낮았다.
거래시간 연장 이후 유럽 시간대 역내 정규장의 평균 변동성은 5.8%로 NDF 시장(6.0%)을 밑돌았다. 일별 비교에서도 정규장이 NDF보다 낮은 변동성을 보인 거래일은 전체의 66%(260거래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야간 시간대에 발생한 대형 이벤트에서도 거래시간 연장의 ‘충격 분산’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상호관세 발표와 올해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에도 야간장에서 20~40원 안팎의 급변이 나타난 뒤, 일부 되돌림을 거쳐 다음 날 새벽 2시 원달러환율 종가가 고점보다 낮게 형성되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위원은 “야간 거래가 없었다면 야간 충격은 NDF 시장에서 발생한 뒤 다음 날 시가에 한꺼번에 반영됐을 것”이라며 “야간 거래는 충격을 시간적으로 분산시키고 되돌림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거래시간 연장 후 꼬리위험도 악화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장 일간 변화율 기준 대칭 위험가치(VaR) 99%는 거래시간 연장 전 1.58%에서 연장 후 1.33%로 약 16% 낮아졌다. 대칭 조건부 기대손실(ES) 99%도 1.86%에서 1.68%로 감소했다. 이는 거래시간 연장이 극단적 변동성 발생 빈도나 규모를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결론을 서로 다른 측정 기준에서 확인해 준다.
강 연구위원은 “거래시간 연장은 시장이 단절되었을 때 다음 날 시초가에 집중될 거대한 가격 충격을 야간 시간대 거래를 통해 시간적으로 분산시키고 점진적으로 소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간 유동성이 제한적일 경우 충격 소화 과정에서 일시적 가격 왜곡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강 연구위원은 “향후 24시간 거래 확대 시에는 야간 유동성 공급 확충과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