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트레이드 부활, 신흥국 돈줄 다시 열렸다

2026-05-18 13:00:01 게재

브라질 헤알·남아공 랜드 인기 … 일본 금리 상승이 복병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다시 돈이 흘러들고 있다. 낮은 금리의 엔화·스위스프랑·위안화로 돈을 빌려 브라질 헤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같은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가 되살아나면서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는 긍정적 흐름이지만, 일본 금리가 더 오르면 이 자금이 한순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신흥국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3월 저점 이후 3% 넘게 올랐다.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1.7% 상승했다. 이 지수는 엔화, 스위스프랑, 위안화 같은 저금리 통화로 돈을 빌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8개 고금리 신흥국 통화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추적한다.

캐리트레이드가 다시 힘을 얻은 배경에는 고유가와 고금리 전망이 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커졌고,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더 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4개 신흥국의 12개월 금리 스와프 평균은 이란 전쟁 전 5%에서 5.7%로 올랐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투자자들은 금리 차익을 노리고 신흥국 통화와 채권으로 이동하기 쉽다.

브라질 헤알화가 대표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신흥국 채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슨 데비토는 “신흥국 캐리트레이드는 초기 물가 기대를 억제하기 위한 장기간의 높은 실질금리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랜드화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은 남아공 중앙은행이 올해 0.25%씩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캐리트레이드가 안정적인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달 통화인 엔화 등이 강세로 돌아서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을 팔고 엔화를 갚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통화, 주식, 채권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복병은 일본 금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국채금리 급등으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돌리는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3일 장중 2.73%까지 올라 1997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1999년 발행 이후 처음으로 4%에 도달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약 1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투자자다. 수십 년간 일본의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 국채와 회사채 등 해외 자산을 사들였다. 그러나 일본 국채금리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오르면 새 자금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일본 안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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