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충격에 전세계 재고 확보 경쟁

2026-05-18 13:00:02 게재

PMI 확장세 착시 논란

중간재값 재상승 경고

중동전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제조업계가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이번 주 발표될 주요국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경기 회복력보다 에너지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 기업들이 재고를 앞당겨 쌓은 결과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 미국까지 21일 발표되는 PMI는 중동전이 세계 산업 활동에 미친 영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집계한 전망에 따르면 조사 대상 주요국의 5월 제조업 PMI는 모두 경기 확장 기준선 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런 수치가 수요 회복을 뜻하기보다, 기업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생산과 구매를 앞당긴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지표는 팬데믹 때 나타났던 공급 병목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생산 변동성이 커지고 재고 확보 경쟁이 겹치면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6월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주시하는 생산 단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전의 충격은 지역별로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4월 지표에서는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영국과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경제분석팀은 유로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과 원자재 충격이 이미 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20일 연방준비제도 4월 회의록, 22일 미시간대 5월 소비자심리지수 최종치가 나온다.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가계와 정책 당국 모두 인플레이션에 민감해진 가운데,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초 예비치에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3월 급등 뒤 다소 낮아졌지만, 연준은 단기 물가 압력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통화정책 성명에서, 다음 조치가 금리 인하뿐 아니라 인상도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립적 문구로 바꾸자는 의견도 늘고 있다.

캐나다의 4월 물가상승률은 3.1%로 뛴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은행은 이를 물가 정점으로 보지만, 이 전망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가 2027년 중반까지 평균 75달러로 내려간다는 전제에 달려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소매판매, 산업생산, 부동산 지표와 일본 성장률, 호주 고용 지표가 주목된다. 호주중앙은행은 5월 세 번째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이번 의사록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매파적 시각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물가 지표도 가격 압력이 넓어지는 가운데 일본은행 정책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 리더십을 둘러싼 정치 불안 속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섰다. 수요일 발표될 물가상승률은 둔화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3%로 영국은행 목표 범위 상단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4월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3.9%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라틴아메리카도 에너지 충격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칠레는 신임 대통령이 임기 말 연 4%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1분기 GDP가 전년 대비 0.3%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칠레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페루는 1분기 3%를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되고, 파라과이는 지난해 6.6% 성장과 2.3%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중동전 장기화가 공급망, 물가, 중앙은행 정책을 동시에 흔들며 세계 경제의 다음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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