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스코 기술이전료 “면세 자산 아냐”

2026-05-18 13:00:08 게재

1·2심 면세 대상 해석 … 대법 “다시 심리” 파기환송

“한미조세협약상 세금 면제되는 ‘자본적 자산’ 아냐”

미국 회사가 국내 제약회사에 기술 등 ‘노하우(전문지식)’를 넘겨주고 받은 기술료에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을 무조건 면제해 주는 ‘자본적 자산’으로 간주한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미국 제약사 제노스코가 서울 동작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원천징수법인세 환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제노스코는 2016년 유한양행에 간암표적치료용 화합물에 대한 기술 및 노하우를 이전하고 기술료 등을 대가로 지급받는 내용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그해 제노스코에 기술료 중 일부인 5억원을 지급하면서 국내 과세당국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법인세 7500만원을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냈다.

법인세법상 외국 법인에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면 우리 과세당국에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때 실질적 납부 의무자는 외국 법인이지만 한국 기업이 법인세 몫을 떼고 외국 법인에 대금을 지급한 뒤 해당 법인세를 대신 낼 수 있다.

제노스코는 노하우 대가는 법인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환급을 청구했고, 과세당국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쟁점은 노하우 대가가 한미조세협약상 과세 면제 대상인 자본적 자산 관련 소득에 해당하는지였다.

한미조세협약 16조 1항은 ‘자본적 자산의 매각·교환·처분으로 발생하는 소득은 과세가 면제된다’고 정한다.

1·2심은 모두 제노스코측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이 사건 계약금이 판매실적이나 사용횟수에 따라 달라지는 돈이 아니라, 계약 체결과 동시에 확정적으로 지급된 금액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와 횟수에 따라 일정하게 지불되는 대가인 ‘사용료 소득’이라기보다 기술 자산 자체를 넘긴 대가인 ‘자본적 자산 양도소득’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은 한미조세협약 기술적 설명서(Technical Explanation)를 근거로 “양도대가가 생산성 등에 연동되지 않는다면 양도소득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이 사건 계약금을 한미조세협약 제16조상 ‘자본적 자산 양도소득’으로 보고, 한국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에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뒤집었다. 우선 대법원도 이 사건 계약금이 ‘사용료 소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계약금은 기술 사용 실적이나 매출 등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대가가 아니라, 정해진 금액을 일시 지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렇다고 곧바로 한미조세협약상 ‘자본적 자산 양도소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한미조세협약상 ‘자본적 자산’의 의미였다. 문제는 협약에 그에 관한 정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세법에도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협약 체결 당시의 문맥과 미국 세법 체계를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976년 협약 체결 당시 미국 세법은 사업에 사용되고 감가상각이 가능한 재산을 ‘자본적 자산’에서 제외하고 있었다”며 “기술 노하우 역시 사업에 사용되는 감가상각 대상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계약금은 사용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한국 과세가 면제되는 ‘자본적 자산 양도소득’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제노스코의 패소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술 노하우가 한미조세협약상 ‘무형의 개인재산(personal property)’에 해당할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 경우에는 해당 기술 노하우가 실제 어디에서 이전·매각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한국 과세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노하우 등이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7항의 ‘무형의 개인재산’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 노하우 등이 매각된 장소를 우리나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 추가로 심리해야 함을 지적해 둔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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