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체결 신뢰 부여 후 거절은 불법”
롯데알미늄 협력업체에 ‘신뢰 손해’ 배상 책임
법원, 장기 교섭과정 발생한 중기 손해액 인정
롯데알미늄이 음식물처리기 제조업체와 수년간 납품 협의를 진행하며 계약 체결 기대를 형성한 뒤 별다른 발주 없이 거래를 종료한 것은 계약교섭 단계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7-1부(위광하 고법판사)는 지난달 30일 주식회사 클레버가 롯데알미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롯데가 클레버에 1억3000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클레버와 롯데는 2014년 음식물처리기 판매 사업을 위해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에 상품거래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클레버는 롯데의 발주에 맞춰 제품을 생산·납품하고, 롯데는 자체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해 제품 판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클레버는 롯데측 요구 조건에 맞춰 공정 심사와 제품 검사를 받았다. 또 롯데의 브랜드가 반영된 브로슈어를 제작하고, 대리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까지 진행했다. 이어 발주에 대비해 시제품 100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롯데는 조직 변경과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개발계약 체결을 미루다 2020년 최종적으로 협력 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클레버로서는 롯데와 개별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갖게 됐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롯데측은 “피고(롯데)가 원고에게 개별계약 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롯데는 상당한 이유 없이 개별계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의 기대와 신뢰를 침해했다”며 계약교섭 단계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롯데측이 개별발주를 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었다는 클레버의 주장은 배척했다. 배상액도 계약 성립을 믿고 지출한 신뢰손해에 한정해 청구액 6억7000만원 중 일부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음식물처리기 제작 부품비와 별도 고용 인력 급여 등 직접적 계약 준비비용은 신뢰손해로 인정한 반면, 임직원 인건비와 공장 임대료, 금형 제작비 상당 부분은 회사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는 점을 고려해 배상 범위에서 제외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