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보도연맹 유족에 국가배상
법원 “적법절차 없는 민간인 희생”
낙인·빈곤 대물림까지 손해 인정
한국전쟁 전후 군·경에 의해 희생된 여순사건·국민보도연맹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적법 절차 없이 이뤄진 민간인 희생을 국가의 위법행위로 보고, 유족들이 겪은 사회적 낙인과 빈곤의 대물림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인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권기만 부장판사)는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 사건, 청주·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피해자 유족 23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희생자 본인에게 1억원, 배우자에게 5000만원, 부모·자녀에게 각 1000만원, 형제자매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원고들은 당시 군·경이 적법 절차 없이 민간인을 총살하거나 실종시켰고, 이후 유족들이 수십 년간 ‘좌익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군경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살해해 헌법상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이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의 불법행위로 희생자 본인은 물론 유족들도 가족 해체와 경제적 빈곤, 그 대물림 속에서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국전쟁 전후 이념 대립과 분단 체제 속에서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노출돼 더 큰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폭력이 세대 간 삶에 남긴 장기적 고통에도 주목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해당 희생자들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며 국가폭력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 조사 결과를 민사상 국가배상 책임으로 연결한 후속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