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까지 하더니…504명 무투표 당선

2026-05-18 13:00:01 게재

기초의원 정당공천 도입 후 역대 최대 규모

무투표 당선 대다수가 ‘2인 선거구’ 출마자

6.3 지방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되는 무투표 당선자가 총 504명에 달한다. 이는 1998년 2회 지방선거(738명)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가 도입된 2006년 4회 지방선거 이후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이틀간 6.3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단체장 교육감 지방의원 등 4227명을 뽑는데 7782명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은 1.841대 1로 역대 가장 낮았던 2022년(1.843대 1)보다 낮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인쇄 중인 지방선거 투표용지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인쇄소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가 제작되고 있다. 파주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투표와 무관하게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504명으로 4년 전보다 14명 증가했다. 무투표 당선자는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305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88명이다. 선관위는 “선거일까지 후보자의 사퇴·등록 무효 등에 따라 당선인 수가 변경될 수 있어 최종 무투표 당선자는 선거일인 6월 3일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무투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기초단체장 후보는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후보,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후보,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 후보 3명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이 무투표로 당선되는 것은 경기 시흥시가 처음이다.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전체 108명 중 84명(77.8%)이 지지 정당이 뚜렷한 영호남에서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190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 의원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기초의원 2인 선거구의 경우 2개 정당이 후보자 1명씩만 등록해도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다.

실제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 다수가 2인 선거구에 속한다. 경기도의 경우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10명, 기초의원 65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9명 등 모두 85명이 무투표 당선 예상자다. 이들 가운데 수원 성남 안양 광명 등 29개 기초의원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인 무투표 당선 예상자 대부분이 2인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국민의힘 후보다. 인천에서도 부평 영종 계양 등 8개 선거구에서 19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는데 5곳이 2인, 3곳이 3인 선거구다. 인천 역시 거대 양당 외 제3당 무투표 당선자는 없다.

전체적으로 무투표 당선자 비율은 정치색이 뚜렷한 영·호남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다. 광주·전남지역 무투표 당선자는 80명으로 4년 전 지방선거(63명)보다 17명 늘었다. 대구·경북 역시 50개 선거구에서 70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부산은 32명, 경남은 12명이 각각 무투표 당선자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한 4인, 3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나눴다. 그 결과 대구는 4인 선거구 7곳이 2인 선거구 14개로 쪼개졌다. 두 의회 모두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한 국민의힘이 선거구 ‘쪼개기’를 주도했다.

공직선거법상 무투표 지역 후보자는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일까지 벽보 게시나 공약 발표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유권자 입장에선 선택권은 물론 정보 접근 기회도 사라지는 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회옥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올해 초 경실련 정책토론회에서 “양당 구조의 공고화, 2인 위주 선거구제 등이 무투표 당선의 주요 원인”이라며 “경쟁이 없어도 유권자 승인투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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