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보이스피싱 조직 ‘풍선효과’ 확산 차단

2026-05-19 13:00:04 게재

캄보디아 단속 피해 이동 … 경찰-베트남 공조 강화

동남아 지역에서 보이스피싱과 사이버도박 조직이 국가 간 단속을 피해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현상이 커지면서 경찰이 베트남과 국제 공조 체계 강화에 나섰다. 최근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의 집중 단속 이후 범죄조직이 베트남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현지 공조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박준성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는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공안부 대외국장을 만나 경찰협력 업무협약 세부계획(Action Plan)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번 협약에서 △해외 도피사범 추적·송환 공조 △범죄수법과 범죄정보 공유 △사이버·금융범죄 공동 대응 △재외국민 보호 협력 등을 구체화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이 국가별 단속 강도에 따라 활동 거점을 이동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특정 국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과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시작되면 조직 일부가 인접 국가로 이동해 다시 거점을 구축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최근 캄보디아 단속 이후 범죄조직 일부가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범죄조직이 국가별 단속 공백을 이용해 활동 거점을 빠르게 옮기는 양상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온라인 도박, 투자사기 조직이 결합하는 형태가 확산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를 활용한 온라인 투자사기와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 피해가 확산하면서 국제 공조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범죄조직이 현지 카지노와 가상자산, 불법 도박 조직 등과 연결돼 운영되는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다. 범죄조직이 온라인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움직이면서 단일 국가 수사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청은 최근 동남아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해외도피사범들을 현지 공조를 통해 잇따라 검거·송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투자 명목 광고에 속아 동남아 현지로 유인된 뒤 감금되거나 보이스피싱 범행에 강제 동원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외교당국과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는 여권을 압수당한 채 범죄조직 관리 아래 합숙 형태로 생활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당국과 경찰은 온라인 구인 광고와 메신저를 활용한 해외 취업·투자 유인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2015년 설치한 ‘한-베 연락 데스크(Korean Desk)’ 역할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베 연락 데스크는 양국 경찰청 내에 동시에 설치된 국제 공조 창구다. 그동안 현지 도피사범 검거와 범죄정보 공유, 사건 대응 지원 등을 맡아 왔다.

경찰은 최근 범죄조직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수법도 고도화되면서 기존 연락 체계를 넘어 상시 공조 플랫폼 기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변화한 치안 환경을 반영해 연락 데스크 업무협약도 개정하기로 했다.

양측은 범죄조직 이동 동향을 신속히 공유하고 수사기관 간 공조 체계를 긴밀히 운영해 풍선효과에 선제 대응하기로 했다. 해외도피사범 검거·송환 협력과 한국 교민·관광객 보호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앞으로도 인터폴과 해외 치안 기관 협력을 확대해 국제 공조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준성 직무대리는 “베트남은 우리 국민 왕래와 경제·인적 교류가 활발한 핵심 협력국”이라며 “양국 경찰 간 신뢰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초국가 범죄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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