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시킨 노동자…‘일자리 대체’ 부메랑 맞을까

2026-05-19 13:00:01 게재

중국서 ‘일상 행동 데이터 수집’ 직업 부상

사무직군에선 ‘AI 에이전트’ 등장에 불안감

중국에서 ‘인공지능 신체화(Embodied Intelligence, 물리적 형태를 가진 AI)’ 붐이 일면서 인간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AI에게 학습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현실 세계의 육체적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무는 진입장벽이 낮아 전업주부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형성되는 추세다.

이와 동시에 사무직군에서도 ‘AI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AI의 ‘현실 세계 교사’ 역할을 하며 소득을 얻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 데이터 학습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 제일재경(이차이)은 가사 노동 등 현실 세계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해 돈을 버는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러한 일자리는 인공지능 신체화 기업, 데이터 수집 업체, 인력 파견 회사 등이 제공하며, 근무지는 해당 기업의 교육 시설이나 지정된 작업 환경이다.

12일 중국 홍콩에서 열린 제1회 홍콩 임바디드 AI(Embodied AI, 물리적 AI) 산업 서밋에서 한 로봇이 컵에 팝콘을 채우고 있다. 연햡뉴스=신화

◆옷 개고 샌드위치 만들며…AI에 학습데이터 제공 = 몇년 전까지 음식 배달 라이더였던 왕야난씨는 산시 보위에 테크놀로지에 입사해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업무를 거쳤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인공지능 신체화 데이터 수집에 가장 먼저 투입됐다. 왕씨는 필요한 장비를 착용한 채 집, 호텔, 공원 등에서 옷을 개고 테이블을 닦거나 샌드위치를 만드는 모습을 촬영해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 새로운 직업군은 일부 전업주부들에게 파트타임 근무 기회도 제공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롱위 빅데이터에서 가정용 데이터 수집 업무를 맡았다. 그녀는 매일 지침에 따라 집안 곳곳에 놓인 의류 가방, 블록, 장난감 자동차, 쓰레기통 등 다양한 물건들을 집게 장치로 집어 올리는 작업을 한다.

롱위 빅데이터의 허닝 총경리에 따르면 인공지능 신체화 데이터 수집 주문이 급증하면서 작년 말부터 관련 인력을 활발히 모집하고 있다. 지원 자격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만 18세에서 40세 사이이다. 허 총경리는 현재 회사의 인공지능 신체화 데이터 수집 팀이 약 1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전업주부가 거의 6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사무직군에서는 ‘AI 에이전트’에게 위협받아 = 블루칼라와 전업주부들이 육체적 행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면 화이트칼라 사무직군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데이터 수집이 진행 중이다. 고도화된 AI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을 위해 기업들이 직원의 업무 패턴을 디지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글로벌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마우스 움직임부터 키보드 입력 기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AI 시스템에 학습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무 자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기업들도 직원들의 업무 습관, 비즈니스 논리, 워크플로 리듬, 의사 결정 패턴을 포착해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AI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이 결국 인간 노동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현재 주요 AI 기업들이 공격적인 채용에 나서고는 있지만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자기 개선형 AI 시스템’이 발전하면 궁극적으로 업계의 인간 엔지니어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노동을 분담하는 형태다. 대형 언어 모델 개발업체인 베이징 랑보트 테크놀로지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리징메이는 “기업의 AI 도입으로 직원들이 단순 실행 역할에서 감독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표준화되고 측정 가능한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취약하다”면서도 “반면 깊이 있는 산업 전문 지식과 폭넓은 소통 능력, 공감 능력, 복잡한 의사 결정 능력을 겸비한 ‘T자형’ 인재는 대체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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