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n%’ 노사갈등, 상생이 답이다

2026-05-20 06:38:52 게재

지금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최고 관심사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최고 인재에게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라 성장해 왔지만, 최근 성과급 등 보상 수준이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내부 불만이 고조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역대급으로 예견되면서 성과급 갈등은 단순한 단체협상 결렬을 넘어 총파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하고 성과급 상한선 폐지를 요구한다. 반면 사측은 미래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성과급 n%’를 둘러싼 갈등은 삼성전자만의 사안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인가’라는 요구가 새로운 노사 의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단기 배분 갈등에 갇힌 한국 노사관계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잔존해온 고질적인 사회·경제적 갈등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구조가 정착되지 못한 채 대립과 투쟁 중심의 이분법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히틀러 시기의 극단적 전체주의와 파괴적 경험을 거친 뒤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하고 노사 공동결정제를 도입해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왔다. 노동자는 단순한 임금 수령자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이해당사자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은 강고한 재벌체제 위에 주주 이익 극대화를 우선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결합되면서 노사 간 양보와 타협의 공간이 좁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노동자는 성과 창출에 기여하지만, 의사결정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과급 갈등 역시 장기적 공동이익보다 단기 배분문제로 흐르기 십상이다.

삼성전자 노사갈등이 반도체 생산라인 셧다운 위기까지 고조되자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공식 담화를 통해 법적 강제 중재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노사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긴급조정권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한다. 발동 즉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진행한다. 역대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는 단 네 차례다. 박정희정부 때인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김영삼정부 때인 1993년 현대자동차 총파업,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발동된 바 있다.

사실 노사문제는 정부 개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노사 자율의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긴급조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노동계 반발도 크다. 노사관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최근 노조 간부의 “삼성전자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언은 현재 삼성전자의 노사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깨진 신뢰를 다시 구축하려면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현금 성과급 넘어 장기 공유 구조로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은 결국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의 균형에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고용안정이어야 한다. 아무리 높은 성과급을 받더라도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면 결국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현재 초격차 기술전쟁 상황이다. 엄청난 설비투자는 물론 우수한 인력확보가 사활적 관건이다. 사실 파업이나 몇 % 성과급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수 엔지니어의 이탈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밀려 핵심 연구인력이 빠져나간다면 2~3년 뒤 삼성전자의 근본적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근로조건 개선 역시 단기 현금보상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주식보상제도다.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해 노동자가 기업 성장의 장기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과거 현대자동차 노사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현금 대신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 사례가 있다. 노동자가 회사의 미래 가치와 연결될 때 노사관계 역시 단기 대립에서 장기 협력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노사 간 경영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상생의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지금은 대립의 시대가 아니다. 노사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 양보해야 한다. 둘째, 성과급 보상은 일시적 현금보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공유하는 주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갈등은 시간을 길게 끌수록 기업 가치만 떨어진다. 타협은 빠를수록 좋다. 넷째, 정부 개입에 의존하기보다 노사 자율의 원칙을 스스로 세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