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탈세 127명 세무조사

2026-05-20 13:00:05 게재

국세청, 아파트 현금 매매

현금부자·부모찬스 겨냥

국세청이 대출 규제망을 피해 고가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사들이거나, 부모에게 돈을 빌린 것처럼 꾸며 집을 사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부를 이전해 온 부동산 탈세 혐의자들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투기성 거래와 편법적 자금 조달 혐의자 127명을 선정해 자금출처 정밀 검증에 돌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주택 취득 규모는 약 3600억원, 탈루 추정 금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이 밝힌 주요 탈세 의심 유형을 보면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현금부자’들과 부모의 재력을 이용한 ‘부모찬스’ 거래가 주요 조사 대상이 됐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A씨는 최근 서울 학군지의 3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취득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고액 자산가인 부친이 자녀의 아파트 취득 직전 해외주식 30여억원을 매각해 자녀에게 우회 지원한 정황이 포착돼 편법 증여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초년생인 또 다른 30대 자녀는 강남권 신도시의 20억원대 아파트를 사며 건물주인 부친에게 10여억원을 빌렸다는 차용증을 제출했다. 그러나 차용증의 상환 기한이 ‘부친 사망 시점’으로 지정돼 있고 이자도 그때 일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비정상적인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허위 채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밖에도 이미 2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부모의 지원을 받아 30억원대 한강뷰 아파트를 추가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다주택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기존 선호 지역뿐만 아니라, 최근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서울 성북·강서구 등 비강남권과 경기 광명·구리시 등의 거래 동향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면밀히 추적 중이다. 특히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현재 ‘전수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즉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자금출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 누락이나 비급여 현금 매출 누락, 법인자금 유출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 범위를 관련 사업체까지 전격 확대한다. 실제로 농산물 도소매업자가 매출을 누락한 자금으로 20억원대 강북 아파트를 사거나, 치과의사가 비급여 현금 결제를 유도해 탈루한 소득으로 50억원대 강남 대형 아파트를 취득한 혐의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다주택 중과유예 종료 시점을 노린 변칙 증여와 우회 거래 등 편법 세금 회피 시도에 대해 부당 가산세 40%를 부과하는 등 더 큰 세부담을 치르도록 해 탈세유인을 원천 차단한다. 또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한다.

아울러 사업자대출을 부당하게 유용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행위에 대해서는 상반기 자진시정 기간이 끝나는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금출처 확인 과정에서 사업소득 누락이나 법인자금 유출 혐의가 포착되면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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