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화랑·표구거리 ‘문화예술’ 거점 된다
용산구 문화재단 ‘삼각지(G)7’ 기획 전시
남산~한강 아우르는 ‘문화벨트’ 조성계획
“처음 생긴다고 했을 때부터 주민들이 큰 부담 없이 들어와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겠구나 했죠. 공간 자체가 아늑하고 예뻐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문화재단 1층. 한남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 이명숙(73)씨는 “미술에 깊은 조예는 없지만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용산문화재단이 시의적절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일상에 지친 주민들이 편하게 감상하면서 미술에 대한 공감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지난 13일 막을 올린 전시 ‘삼각지(G)7: 시작의 자리’를 즐겼다.
20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과거 삼각지 화랑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 미술 흐름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를 오는 7월 12일까지 이어간다. ‘삼각지(G)7…’은 지난 2월 용산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처음 준비한 대규모 기획전시다. 박희영 구청장은 “배 호 가수의 ‘돌아가는 삼각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표구사와 화랑이 많았고 작가들 대부분이 삼각지를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추억으로만 묻히지 않도록 삼각지가 품은 문화예술의 상징성을 잇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화 사진 설치미술 분야 중견작가 7명이 참여해 총 26점을 선보인다. 2006년 나혜석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신소연 작가, 2011년 소버린 예술재단 아시아 작가상을 수상한 우종일 작가,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 심사위원을 역임한 정순겸 작가 등이 대표 작품을 준비했다. 과거 삼각지에서 활동했던 김수영·조상운 작가도 작품을 보탰다.
전시 제목 ‘삼각지(G)7’은 삼각지와 참여 작가 7명을 의미한다. 선진국 모임 ‘지(G)7’을 떠올리는 이름에 삼각지를 중심으로 용산구가 세계적인 문화예술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도 담았다.
구는 삼각지의 역사성과 지역 정체성을 현대미술과 연결해 지역 문화 자산을 새롭게 조명하고 동시대 예술과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임상우 용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역과 예술을 연결하는 방향성을 담은 전시”라며 “주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예술행사를 선보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삼각지를 거점으로 세계적인 예술품 전시판매 축제(아트페어)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작가들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김수영 작가는 “삼각지는 1950년대 미군부대 군인들 초상화 등을 그리며 성장했다”며 “박수근과 한국 추상미술 거장 이두식 등을 배출하며 한국미술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종일 작가는 “세계적인 갤러리와 많은 작가들이 용산으로 몰리면서 새로운 문화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단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거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이태원과 한남동 등이 품은 지역만의 독특함을 살리면서 남산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문화벨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단 내 전시실 등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주민들이 문화를 누리는 공간이 된다. 구는 특히 종로구 인사동이 있던 갤러리들이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로 이전했다가 최근 들어 한남동에 정착하는 새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그냥 흘러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며 “기획전시를 통해 삼각지의 문화적 기반 위에 새 출발을 선언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누리는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발맞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