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장기금리, 증시 낙관 흔든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주식 비중 사상 최대폭 … 채권시장은 물가 부담 반영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물 금리는 이날 5.180%에 마감해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도 4.671%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씨티그룹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5.5%를 30년물 금리의 새 심리적 기준선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5% 돌파가 장기물 채권 매도세의 신호탄이었다면, 시장의 다음 시선은 이제 5.5%에 쏠려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단순한 채권시장 지표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장기 인프라 투자 비용을 좌우하는 장기 자금의 가격이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질 뿐 아니라,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기준도 까다로워진다. 이 때문에 성장 기대를 많이 반영한 고평가 주식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이 채권에는 악재지만 고평가된 주식에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처럼 먼 미래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업종일수록 장기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로이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주식 비중을 사상 최대폭으로 늘렸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 미국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낙관이 위험자산 선호를 되살린 결과다. 주요 증시는 견조한 실적 발표를 발판 삼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투자 자금은 다시 주식으로 몰렸다.
쏠림은 특히 반도체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경제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BofA 설문에서 반도체주는 5월 투자자 쏠림이 가장 심한 거래로 꼽혔다. 반도체를 가장 과열된 종목으로 지목한 펀드매니저 비율은 4월 약 25%에서 5월에는 거의 75%로 급등했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공급 병목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이다.
아이셰어스 반도체 ETF(SOXX)는 올해 들어 63% 넘게 오르며 AI 랠리의 대표 수혜 상품으로 꼽혔다. 그러나 단기 급등으로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가 벌어지면서 최근 이틀간 7.2% 하락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이틀간 낙폭이다.
문제는 채권시장이 이 낙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인플레이션 재연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장기 국채 수요 약화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며 장기물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전망도 한층 비관적으로 기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BofA가 5월 8~14일 실시한 설문에서 펀드매니저의 거의 3분의 2는 향후 1년 안에 30년물 금리가 6%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반면 4%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와 AI 랠리에 베팅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는 중이다.
결국 씨티는 5.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증시의 낙관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장기금리가 안정을 찾는다면 주식시장은 실적 개선과 AI 투자 기대를 더 밀어붙일 수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