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낮은 신발’ 제품군 확대
출근도 구두 대신 스니커즈 … 프로-스펙스 ‘노바’ 아디다스 등
최근 패션업계에서 밑창이 낮고 날렵한 형태의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스니커즈가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두꺼운 밑창과 과장된 실루엣의 ‘어글리 슈즈’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정장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슬림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30 직장인을 중심으로 “출근용 신발도 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포멀한 구두 대신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를 선택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가 포멀과 캐주얼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운동화보다 단정하면서도 구두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해 비즈니스 캐주얼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정장용 가죽구두 매출은 20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8% 감소했다. 캐주얼 가죽구두 역시 같은 기간 14.8% 줄었다. 반면 운동화 매출은 3조1105억원으로 1.8% 증가했다.
업계는 직장 내 복장 자율화와 유연근무 확산이 신발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한 신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는 축구화와 레이싱화, 무술화 등 기능성 스포츠화 디자인에서 출발한 만큼 경량성과 착화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낮은 밑창과 슬림한 실루엣 덕분에 정장 팬츠나 슬랙스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점 역시 인기 요인이다.
국내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디자이너 브랜드 ‘스튜디오 오유경’과 협업한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 ‘노바’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축구화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스퀘어 토 실루엣과 날렵한 외형을 적용해 포멀한 스타일링까지 고려했다.
기능성도 강화했다. EVA 미드솔과 헤링본 패턴 생고무 밑창을 적용해 쿠션감과 접지력을 높였고, 오솔라이트 메모리폼 인솔을 더해 장시간 착용에도 편안함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디다스는 삼바·가젤·스페지알·SL72 등 클래식 로우 프로파일 라인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권도, 재팬, 이탈리아, 아디 레이서 등 헤리티지 기반 모델까지 확대하며 관련 시장을 키우고 있다.
푸마 역시 ‘스피드캣’과 ‘에이치스트릿’ 등을 중심으로 로우 프로파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앰배서더 로제를 앞세운 캠페인이 화제를 모으며 국내에서도 품절 사례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풋볼 아카이브 감성을 담은 신규 라인 ‘태클’까지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루이비통과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은 로우 프로파일 디자인을 반영한 스니커즈를 잇따라 출시하며 럭셔리 시장에서도 관련 트렌드를 강화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신발 선택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활용성과 편안함까지 동시에 고려한다”며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즈는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폭넓게 매치할 수 있어 당분간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