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파문 확산
정용진·글로벌 본사 사과에도 광주선 “역사 모독” … 현장 사과 거부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대해 광주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18 단체들은 신세계그룹 임원의 현장 사과를 거부했고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 역사를 상업적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미국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가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논란은 정치권과 소비자 불매 움직임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20일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스타벅스 행사에 대해 “단순한 실수나 우연이 아닌 명백한 역사적 참사”라며 “천박한 역사 인식으로 오월 영령을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5.18기념재단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역사 왜곡과 희화화 표현”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역사를 상업적 홍보 수단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도 스타벅스에 항의 서한을 보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세계그룹의 현장 사과 시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1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아 사죄 의사를 밝혔지만 5.18 단체들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방문”이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김 부사장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오월 영령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고의성이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지역사회 반발은 이어졌다.
특히 광주 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뒤늦은 광주 방문과 공개 사과가 여론 수습용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에선 ‘노이즈 마케팅’까지 의심한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텀블러 판매 행사에서 시작됐다. 스타벅스는 행사명에 ‘탱크 데이’를 사용하고 홍보 문구에 ‘책상에 탁!’ 표현을 넣었다.
해당 문구가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급속히 확산했다. 5.18 당시 계엄군 탱크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탱크’와 ‘책상에 탁’ 표현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논란은 단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역사 인식 문제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행사 시작 약 3시간 만에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초기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된 문구를 단순 수정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탱크 데이’를 ‘탱크 텀블러 데이’로 수정했다가 이후 게시물을 전면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실무·임원·대표 결재 단계를 거치는 내부 검수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민감한 기념일에 논란 가능성이 있는 표현이 걸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타벅스는 손정현 대표 명의의 2차 사과문을 내고 경위 조사와 책임자 조치, 내부 프로세스 개선 방침 등을 발표했다.
정용진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와 행사 기획 담당 임원을 해임했고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행태”라며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행정적·법적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논란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스타벅스 논란 이후 공식 SNS 계정에 관련 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커지자 삭제 후 사과문을 게시했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탈퇴와 선불 충전금 환불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체계와 마케팅 검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세풍·홍범택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