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급전이 한달 만에 1500만원 빚으로

2026-05-20 13:00:02 게재

상품권 거래 가장한 신종 사채 확산

경찰, 출금 조치하고 본격 수사 착수

청년층 노린 온라인 불법사금융 단속

“50만원이 한 달 만에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상품권 예약판매를 가장한 신종 불법사금융 사건이 드러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급전 시장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도박과 급전 수요, 메신저 광고가 결합되면서 불법사금융이 청년층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19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상품권 예약판매’를 빙자한 불법사금융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업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자금 흐름과 공범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의 휴대전화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불법사금융 피해와 사망 사이 연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른바 ‘상품권 사채’는 상품권 거래를 가장해 급전을 빌려준 뒤 상환 과정에서 더 큰 금액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형식상 상품권 거래지만 실제로는 단기 고리대금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상품권 거래와 메신저, 간편송금 등이 결합되면서 접근은 쉬워지고 불법성은 흐려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법사금융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SNS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한 ‘생활형 플랫폼 범죄’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청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부 피해 사례에서는 소액 급전이 단기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채무로 불어나는 구조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상품권 거래 형식을 띠는 경우 단순 민사 거래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어 초기 대응과 피해 인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벌여 총 1284건, 155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51명을 구속했다. 검거 인원 가운데 20·30대는 999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신종 수법으로는 ‘내구제 대출’과 ‘대리입금’ 등이 꼽힌다. ‘내가 나를 구제한다’의 약칭인 내구제 대출은 저신용자 명의로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을 개통·임대한 뒤 이를 판매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청소년층에서는 게임 아이템이나 공연 티켓 비용 등을 대신 결제해준 뒤 고율 수수료를 요구하는 ‘대리입금’도 확산하고 있다.

불법추심 방식도 갈수록 조직화·비대면화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상품권 사채 사건에서도 욕설과 협박 등 불법추심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가족·지인 연락처를 이용한 협박성 추심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제주서부경찰서는 피해자 402명에게 약 3억8000만원을 불법 대출한 뒤 가족·지인 정보를 이용해 변제를 독촉한 일당 10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최근 불법사금융이 SNS 광고와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청년층과 취약계층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청년층이 생활비와 온라인 도박, 투자 손실 등으로 비대면 급전 광고에 반복 노출되면서 불법사금융 유입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오는 7월 시행되는 개정 대부업법에 따라 연 이자율이 60%를 넘거나 폭행·협박 등이 동반된 불법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가 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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