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⑪ 강선영 쉬엔비(SHENB) 대표

생계 위한 피부미용기술, 96개국 수출기업으로 '비상'

2026-05-20 13:00:03 게재

고주파 플라즈마 활용, 병원·가정용 피부미용기기 개발

비바체·버츄RF·써니 등 주력 6개 제품 FDA 인증 획득

96개국에 수출 … “신기술·신제품으로 세계시장 확대”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를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학창시절 의사를 꿈꾸며 보냈다. 가족에 닥친 큰 우환으로 하루아침에 혼자만 남았다. 의사는 포기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직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 피부미용관리가 가능한 에스테틱 숍을 열었다.

피부미용와 첫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인 소개로 미국 헤어살롱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고주파 각질제거기를 접했다. 신기했다. 당시 한국에는 피부미용기기가 없던 시절이다. 기기를 국내로 들여왔다. 우리 체형에 맞게 디자인하고 내부구조를 수정해 판매했다. 엄청 인기를 끌었다.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였다.

피부미용기기의 미래가 보였다. 번 돈으로 피부미용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고주파 플라즈마 초음파를 기반으로 한 피부미용기기를 개발했다. 처음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판매했다. OEM의 한계를 느끼자 2011년부터 자체 브랜드로 시장과 맞섰다.

주력 6개 장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모두 SCI급 논문을 통해 효능이 입증됐다. 요즘 매년 수백명의 세계 각국 의사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매출 412억원으로 성장했다. 해외비중이 80%에 달한다. 현재 96개국에 수출한다. 2023년엔 ‘2000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했다.

‘뚝심’으로 27년차 미용의료기기 전문기업을 이끌고 있는 강선영 쉬엔비(SHENB) 대표의 발자취다.

◆500명의 해외 병원원장 방문 =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난해만 500명의 해외 병원원장들이 방문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8일 서울 성수동 쉬엔비 본사에서 만난 강선영 대표의 말은 부드럽지만 힘이 실려 있다. 쉬엔비는 1999년 설립됐다. 병원용 전문의료기기와 가정용기기를 함께 생산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 게 개발 생산 제조 판매를 일괄로 수행한다.

주력제품은 고주파 기반의 피부치료장비(버츄 RF)와 듀얼 플라즈마 피부치료장비(플라듀오), 비침습 고주파장비(써니) 등이다.

비바체(Vivace)는 마이크로니들 고주파(RF) 장비다. 쉬엔비를 세계시장에 알린 효자다. 피부 진피층에 미세바늘로 고주파에너지를 전달해 콜라겐 재생을 유도한다. 5년의 연구 끝에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비바체는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장비 시장에서 3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했다.

버츄RF(Virtue RF)는 비바체의 성공을 이어받은 차세대 프리미엄 마이크로니들 고주파장비다. 미세바늘을 통해 고주파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은 유사하다. 시술 시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쿨링시스템’과 피부상태에 맞춰 맥스펄스를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2020년 미국 FDA 승인을 완료했다.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리프팅·피부환경개선 장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버츄RF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플라듀오는 국내 최초로 아르곤과 질소, 두가지 가스를 사용하는 듀얼 플라즈마 장비다. 화상치료 목적으로 쉬엔비가 처음 개발했다. 현재 피부치료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듀얼 플라스마 제품이다.

써니는 다양한 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하는 고주파 의료기기다. 25개의 고주파 전달핀이 각각 움직이도록 설계돼 각도 위치 부위에 상관없이 고르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FDA 승인을 획득한 차세대 비침습의료기기 ‘다이아코어’은 기존 시술방식의 한계를 보완한다. 강선영 대표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기술을 제시하며 시장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서울 성수동 쉬엔비 본사에서 강선영 대표가 프리미엄 마이크로니들 고주파장비 ‘버츄RF’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부도 맞아도 연구개발 계속 = 쉬엔비 성장에는 강 대표의 ‘기술력’과 ‘뚝심’이 자리잡고 있다. 강 대표는 “미국시장서 인정받아야 한다”며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주력제품이 모두 FDA 승인 획득한 배경이다.

사업초기 여성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많은 부침을 겪었다. 홈쇼핑 파트너사의 대금미지급으로 부도를 맞았다. 위기도 기술력 확보로 극복했다. 강 대표는 “직원들에게 급여도 제대로 못 줄 만큼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직원들과 힘을 모아 ‘비바체’라는 장비를 개발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대기업의 인수 제안과 외국자본의 투자제안 등 수많은 유혹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다. 상장계획을 갖지 않는 이유도 기술력을 높이고 싶어서다.

특히 최근 K열풍으로 한국의 피부미용기술에 관심이 매우 높다. 시장도 다변화되고 있다.

해외수출에서 러시아 비중이 25~30%로 가장 크다. 미국이 15%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브라질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쉬엔비에 브라질 의사들이 100명씩 단체로 방문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지금도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쉬엔비 연구개발인력은 전체의 20~25%를 차지한다. 장비효능을 분석한 SCI급 논문에 강 대표가 직접 관여한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용 멸균 소모품 생산 확대를 위한 자동화 설비와 클린룸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FDA나 유럽연합(EU) 의료기기규정(MDR) 기준 강화로 중소기업 부담이 늘고 있지만 국내 미용의료기기 분야는 명확한 기준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미용의료기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

의사 꿈을 접고 생계를 위해 피부미용을 배웠던 강 대표.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혁신기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