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전문의약품 주사 한의사 유죄

2026-05-20 15:35:28 게재

“면허 범위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

리도카인·덱사메타손 직접 투여 인정

리도카인과 덱사메타손 등 전문의약품 주사액을 환자에게 직접 투여한 한의사에게 법원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형사1단독 박경모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김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대구 수성구 한의원에서 환자 4명에게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 주사액과 덱사메타손 주사액 등을 직접 주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의사의 면허 범위에 속하는 전문의약품을 환자 통증 부위에 직접 투약해 한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치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의료행위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응급처치 목적이었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체계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의사와 한의사는 각자의 영역을 넘는 의약품까지 처방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한의사는 한의학적 기준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만 처방·조제할 수 있고, 서양의학적 기준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은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와 부정맥 치료 등에 사용되는 약물로 혈압저하·경련·호흡억제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고, 덱사메타손 역시 감염증·출혈·정신장애·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 위험이 있는 만큼 전문적인 진단과 감독 아래 사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의약품은 사용 효과와 부작용, 환자 상태에 따른 의학적 조치 등에 비춰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주사기로 직접 체내에 투여한 이상 단순 보조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이미 존재했고 관련 논란도 계속돼 왔다”며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이상 정당행위나 책임조각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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