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중앙아시아 인구 | 위기의 식량문제, 해결사 나선 코피아

우즈벡 매년 100만명씩 증가, 2030년 쌀부족

2026-05-21 13:00:01 게재

강수량 부족으로 벼 재배 한계, 품종 개량 등 한국농업에 기대 … 코피아와 ‘벼 생산 협력’ 법에 명문화

한해 인구 100만명이 증가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자국민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구호 요청을 보냈다. 늘어나는 인구의 안정적 식량확보가 정부의 우선 정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넓은 땅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수출해 국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약 800만마리의 소와 양 등을 사육하는 키르기즈스탄도 먹거리가 걱정이다. 사육 마릿수가 많지만 실제 축산물로 가공할 수 있는 수준의 체중까지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축산에서 가장 중요한 수정란과 사료 품질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다.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이같은 농업문제에 접근해 국내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12일부터 이승돈 농촌진흥청장과 우리 농업기술을 통한 글로벌 파트너십인 ‘코피아’(KOPIA)의 중앙아시아 지원사업을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주>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농업의 뿌리가 박혀있다. 150년전 러시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된 고려인(카레이스키)들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가져갔던 종자와 농업전통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약 18만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박 빅토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 회장은 “예전에는 고려인 90%가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 4~5세대는 안한다. 그만큼 우즈벡에서 농업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기계화가 필요한데 한국형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인 영향으로 한국농업에 호의적인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한국형 농업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농업이 벼 품종과 재배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데다 코피아센터를 통해 현지 적응력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첫번째 고민은 강수량이 부족해 쌀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인 타슈켄트의 연평균 강수량은 300㎜로 한국 평균 1200㎜의 25% 수준이다.

벼 재배에 필수요건인 물부족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쌀 생산량은 한계치까지 왔다. 현재 밀 소비가 많아 쌀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매년 100만명씩 늘어나는 인구의 식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 점에 착안해 농촌진흥청은 2009년 우즈베키스탄 농업지식혁신청과 협력해 현지 코피아센터를 개소하고 농업기술과 지식을 전수해왔다. 현재까지 856만달러를 투입해 농업기술과 함께 농업인 교육, 교재발간, 기술 상담 등을 진행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다수확 벼 품종 선발 및 종자 생산 보급’을 진행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벼연구소 시험포장에서 농업 기계화를 통한 쌀 증산 방안을 찾고 있다. 코피아센터는 이곳에 ‘코피아 존’을 마련, 기계화와 함께 적은 물로 벼를 재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농진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현지에 맞는 재배기술 전수와 함께 농업인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김재현 코피아 우즈베키스탄센터 소장은 평생 연구해왔던 쌀 재배 기술을 이곳에서 쏟아내고 있다. 김 소장은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서 쌀을 생산하기 위해 호수를 이용해 물을 조금씩 공급하는 관수형 재배방식을 실험하고 있다”며 “물이 부족해도 잘 자라는 종자개발 등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농기계를 이용한 기계이양 기술 도입으로 노동력은 70%, 벼 이기작 생산시스템 도입으로 생산량은 52% 증가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코피아와 벼 우량종자 증식센터를 설립하고 벼 생산자 지원을 위한 조치를 법에 명문화하기도 했다.

◆한국 젖소 수정란으로 우유 생산량 하루 2.4㎏ 증산 = 우즈베키스탄은 넓은 들판에 어느곳이든 소와 말을 볼 수 있는 축산 국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질좋은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축산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한국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한국과 검역협정을 맺고 한국산 젖소 정액과 수정란을 2022년 처음으로 자국에 보급할 수 있었다. 처음 코피아사업으로 진행한 수정란 보급은 현재 지원이 끝나 수출계약 단계까지 왔다.

정액은 1109두에 도입해 700두가 임신해 63% 성공률을 보였다. 20두에는 수정란을 이식해 11두가 임신했다. 우즈베키스탄 축산연구소는 올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젖소의 유량조사를 할 예정이다.

사르다리아주에 있는 젖소농장 술탄팜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수정란으로 출산한 젖소에서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다. 술탄팜은 당초 품질 좋은 유럽산 수정란을 사용했지만 한국산을 도입한 후 하루 우유생산량이 2.4㎏ 가량 증가했다.

김재현 코피아 소장은 우즈베키스탄 벼 연구소에 있는 ‘코피아 존’에서 물을 채워 넣을 수 없는 논에 호스를 통해 물을 공급하는 관수농업을 실험하고 있다. 13일 우즈벡 농업혁신청장, 벼연구소장 등과 현장을 찾은 이승돈(가운데) 농진청장과 김재현(오른쪽) 소장. 사진 농진청 제공

◆현지 증산 지원하고 우리 농기자재 수출로 이어지는 장기 선순환 구조 = 우즈베키스탄은 내륙 속 내륙국가인 이중 내륙국이다. 항만이 없고 철도시설이 부족해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다. 먹거리 문제는 자급자족으로 풀어야 한다. 수정란과 농약 등 필요 품목은 해외에서 공급받을 수 있지만 식량작물과 사료 같은 대형물류시설이 필요한 품목은 자급으로 가는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은 TMR 제조 기술을 활용해 현지 맞춤형 고품질 젖소 사료를 보급해왔다. 또 우즈베키스탄은 벼 생산성이 낮지만 최근 쌀 소비와 수입이 증가하면서 쌀 부족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우즈베키스탄 1인당 소비량은 2024년 9.8㎏에서 2027년에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코피아 활동실적이 쌓이면서 우즈베키스탄 현지 기술전수와 농업인 교육이 정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계도 장기적으로 품종과 농기자재, 농약과 동물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농약 등을 공급하는 박홍림 보우 대표는 “한국 농업기술 전수에 따라 국산 농약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며 “중국산 짝퉁 농약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릴 정도”라고 말했다.

코피아 현장을 점검한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해외농업은 현지인을 교육하고 기술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의 농업영토를 넓히는 일”이라며 “이는 현지 대사관을 중심으로 한 원팀 구성을 통해 K이니셔티브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K이니셔티브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으로 경제 기술 문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원팀을 구성해 실천하는 사업이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