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리고 머리 박고 조롱하고 … 이스라엘 극우장관의 학대 영상 경악
유럽 각국 “끔찍하고 수치스럽다”
주요국, 이스라엘 대사 초치·항의
이재명 대통령 “국제규범 다 어겨”
논란의 중심에는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억류 중인 국제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 구금시설 바닥에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수십 명의 활동가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이라고 외치자 경비대원들은 그의 머리를 강제로 숙이게 하고 현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벤그비르 장관은 수갑을 찬 활동가들 앞에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외쳤다. 또 선박 갑판에서 격리된 활동가들 주변으로 이스라엘 국가가 확성기로 울려 퍼지고, 한 활동가가 제압당하는 장면을 본 벤그비르 장관이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도 영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억류된 400여 명의 활동가들은 가자지구 해상 봉쇄에 항의하고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출항한 국제 구호선단 탑승자들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동지중해에서 나포한 뒤 아스돗 항구로 압송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아일랜드의 미하일 마틴 총리는 활동가 구금을 “용납할 수 없고 잘못된 일”이라고 규정했고, 헬렌 매켄티 외무장관은 “끔찍하다”며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억류자 가운데는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의 자매인 마거릿 코널리 박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은 “완전히 경악했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그리스 역시 공식 항의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캐나다도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거나 해명을 요구했다.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외무장관은 “끔찍하고 수치스럽고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고, 프랑스의 장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네타냐후 총리도 벤그비르 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벤그비르 장관이 활동가들을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조속한 조치를 지시했으며 구금된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국제규범도 다 어기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억류됐다면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검토를 지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