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징역 5년
“피해자 56명·피해회복도 대부분 안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뒤 임차인들에게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축소해 알리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수십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부동산업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형사11단독 전명환 판사는 지난 19일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업자 김 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공범과 함께 2018~2019년 대구 남구·달서구 일대 다가구주택 5채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한 뒤 신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 반환과 각종 비용을 충당하며 임대업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 등이 보증금 반환 능력이 부족한 사실을 숨긴 채 신규 임차인 47명으로부터 약 38억9800만원을 받아 편취하고, 기존 임차인 9명과는 계약을 갱신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모두 56명이다.
김씨는 또 공인중개사로서 실제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이 9억1300만원에 달했는데도 임차인들에게는 5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하는 등 거래상 중요사항을 허위로 고지한 혐의도 있다.
법원은 이들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계약을 반복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전 판사는 “다가구주택 가액이 상승해 매도하거나 차익을 실현하지 않는 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지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더 많은 임대차보증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임차인들에게 건물에 문제가 없고 계속 보유할 것처럼 설명했지만, 당시 이미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고 일부 건물은 임의경매 개시결정까지 내려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가구주택을 취득해 3년 넘게 임대업을 운영하면서 56명의 임차인에게 수십억원대 피해를 입히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 회복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