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부산 옮기면서 멀리 떨어진 어민들 삶도 챙겼다

2026-05-22 12:59:58 게재

인천·경기 어민에 바다 돌려줘 … “44년 만에 야간조업”

1년 사이 해양수도권 교두보 마련 … “바다가 성장동력”

해양수산부가 정부 출범 이후 6개월만에 부산으로 부처 전체를 옮기는 작업을 끝내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가운데 인천·경기지역 어업인들에게 잃어버린 바다를 되돌려 주는 규제개혁을 해냈다.

신영철(56) 인천 소래포구 어촌계장은 21일 내일신문에 “44년만에 규제가 풀리면서 조업시간이 늘어나고 어구를 한 번 더 살펴볼 시간을 얻게 됐다”며 “어민들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인데 해수부와 인천시 등이 애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대를 이어 어업을 하고 있는 신 계장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인천시 해역 일시적 조업 또는 항행 제한 공고’ 개정은 황종우 해수부 장관이 20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이재명정부 출범 1년간 해양수산 분야 대표 성과에 포함됐다.

황 장관은 이날 해수부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북극항로시대 해양수도권 육성 본격화 △수산업 혁신 가속화 △글로벌 해양리더십 공고화 등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인천 소래포구에 정박한 어선들. 바닷가 갯골을 따라 해변 안쪽에 자리한 소래포구 어업인들은 갯벌이 드러나는 저조기에는 조업에 나가지 못하는데다다 야간조업까지 막혀 조업시간이 짧았다. 해양수산부는 44년만에 야간항행과 조업이 가능하게 규제를 개선했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규제완화·수출·기후변화대응 등 수산업 혁신 속도 높여 = 해수부는 지난 1월 28일 인천과 경기도 어업인의 조업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야간 조업·항행을 제한했던 인천시 해역에 대해 일시적인 조업·항행 제한 조치를 개정했다. 한달 전 부산으로 옮긴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날들 속에서 부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천지역 바다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는 어업인들을 챙긴 것이다.

정부는 1982년부터 초치도 팔미도 등 인천·경기 해역 안에 있는 일부 어장에 대해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해 어업인들의 야간 항행과 조업을 금지했다. 이곳에서 조업하며 삶을 꾸려가던 어업인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어업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44년을 견뎠다.

신 어촌계장은 “소래지역은 바닷가 갯골(갯벌따라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 해안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출항지에서 조업지까지 나가기도 어려운데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조업할 수 있게 돼 있어 하루에 조업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 안 됐다”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어업인들이 조업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최대 5시간까지도 걸렸다.

어업인들은 갯벌이 드러나는 저조(간조)기에는 배를 띄우지 못하고 물이 들어와야 어선을 몰고 나갈 수 있는데 조업지까지 시간 맞춰 나갔다가 다시 저조기 전에 시간 맞춰 돌아오려면 전속력으로 배를 몰아야 했다. 어선 속력을 높이면 연료비도 많이 들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해수부는 어선을 타고 조업해 본 경험이 있는 담당 과장을 중심으로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며 북한과 접한 수역에서 조업 여건이 개선될 방안을 모색했고, 인천과 경기도에 등록한 어선에 한해 37.3° (37도 30분) 이남 해역에서 야간에도 항행과 조업이 가능하게 규정을 바꿨다.

꽃게 성어기인 3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을 해본 후 개선 효과가 좋으면 가을철 성어기에도 확대하기로 어업인들과 합의했고, 이는 어업인들 참여 속에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이번 규제개선으로 서울시 면적의 4배인 2399㎢ 규모의 어장이 확대되고, 해당 어장에서 조업하는 900여척의 어선은 연간 3100톤의 수산물을 추가로 어획해 연간 136억원의 추가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1월 발표 이후에도 현장 어업인들과 계속 논의하면서 최근엔 강화도 인근 해역 15개 어장의 조업 시간도 확대했다. 퇴임을 앞두고 있던 임태호 전 해수부 어선안전정책과장은 퇴임 직전 37도 30분 이북에서 강화도 옆 교동도 아래 해역까지도 조업시간을 일출·일몰 전후 30분씩(북한접경수역 8개 어장) 또는 일출·일몰 전후 1시간씩 조업시간을 확대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신임 양호섭 어선안전정책과장은 “강화도 인근에 추가된 조업규제 완화 해역은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수부의 수산업 규제 개선은 군사안보를 이유로 고통받았던 지역을 넘어 전국 어업인들에게 확대됐다.

황 장관은 이재명정부 1년 동안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1908년 제정된 ’어업법‘에 바탕을 둔 금어기 금지체장 어구·어법제한 등 1500여 규제를 개선하고 어선별로 허가받은 어획량(TAC)을 중심으로 조업관리체계를 바꾸게 된 것도 꼽았다.

일본 제국주의가 사실상 국권을 장악한 대한제국 막바지에 제정된 수산업 규제가 118년을 이어왔지만 이를 대폭 없애고 산출량을 중심으로 수산업 관리체계를 간소하게 바꾸는 것이다.

해수부는 지난 7일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발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잡는 방식을 제한해 온 규제방식을 TAC 중심으로 바꾸면서 1500여개 규제 중 절반 정도를 폐지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1500건 이상의 규제가 살아있으면 어업인들이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언제라도 범죄자가 될 수 있어 불만들이 많았다”며 “연근해어업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젠 허가받은 어획량만 잡으면 조업방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새로운 수산업 관리체계는 통계(데이터)에 기반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수산업의 인공지능전환(AX)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희 어업정책과장은 “어업확인서 어획증명서 양륙항검색 등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어획데이터확보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총허용어획량, 어선감척을 통한 어업구조조정, 어업손실보상, 해상풍력입지 등에도 어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수산업 혁신 가속화‘ 성과에는 △수산식품 수출액 역대 최고 실적 달성 △고수온 피해 최소화 등도 포함됐다.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액은 김 11억3000만달러를 포함 전체 33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3년간 30억달러 내외에서 횡보하던 수산식품 수출을 미국의 관세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통상환경 속에서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력을 키우면서 고수온 피해도 줄였다. 지난해 전국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액은 177억원으로 1년 전 1430억원보다 87% 감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25년 폭염 속에서 고수온 현상도 역대 최장기간인 85일간 이어졌지만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활동들이 돋보였다.

황종우(왼쪽 8번째)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4일 해수부 부산 임시청사에서 양재생(왼쪽 9번째) 부산상의회장 등 지역 상공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비전과 해양·물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해양수도권 건설위해 부산으로 옮긴 해수부 = 정부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면서 해양수도권 건설을 본격화했다.

1996년 출범한 해수부는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만에 북극항로 활성화와 해양수도권 건설이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859명에 달하는 해수부 직원과 함께 부산으로 이전했다.

해수부는 산업통상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등 9개(해수부 포함) 부처와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등 지자체,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정부출연기관에서 파견한 직원들로 구성된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운영하며 범부처 지휘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하면서 세계 각국의 해양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양강국 비전을 담아 출범한 해수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극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방안으로 동남권에 해양수도권을 건설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해양수도권 건설을 위한 행정 사법 기업 금융 등의 기반도 하나씩 마련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으로 행정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해사국제상사법원‘을 부산에 설립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등 9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8년 3월 해사국제상사법원도 개원할 예정이다.

부산으로 해운기업과 해양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이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고,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HMM도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부산으로 이전을 결의했다. 부산 이전을 두고 갈등하던 HMM 노사는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전격 합의했고, HMM은 재개발 중인 부산 북항에 랜드마크급 사옥을 신축하기로 했다.

서울 세종 등에 흩어져 있는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부산 이전도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보다 빨리 진행하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황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6월 선거가 끝난 뒤 자치단체장들이 들어오고 나면 빠르게 움직이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보다 빨리 조속히 이전한다는 게 해수부 방안이고 의지”라고 밝혔다.

해양수도권 육성을 위해 필수조건 중 하나인 금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동남권투자공사 신설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관계를 뒤흔드는 지정학적 변화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안보가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글로벌 해양 리더십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유엔총회에서 2028년 열릴 제4차 유엔해양총회 개최국으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유엔해양총회 개최 의지를 표명한 이후 해수부가 외교부 등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국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성과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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