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라울 카스트로 기소…카리브해에 항모 배치

2026-05-22 13:00:00 게재

‘마두로 시나리오’ 재현 주목

쿠바, 전력난·경제난 심화

미국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전격 기소하고 항공모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 시나리오가 재현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라울의 나이와 권력 구조, 쿠바 체제의 견고성을 근거로 실제 압송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전력난과 경제난으로 쿠바 정권의 협상 카드가 갈수록 소진되고 있어 향후 사태 전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 법무부는 20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에게 1996년 ‘구출의 형제들’ 항공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미국인 살해 음모·항공기 파괴·살인 등 7개 혐의를 적용했다. 유죄 인정 시 최대 사형 또는 종신형이다. 기소 직후 항공모함 전단을 카리브해에 전진 배치한 것은 마두로 압송 직전 수순과 판박이다. 쿠바가 미 본토에서 14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쿠바 정권이 체감하는 압박은 베네수엘라 때보다 크다.

전문가들이 압송 가능성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나이다. 1931년생인 라울은 올해 만 95세다. 95세 노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마두로 체포 때와 같은 정치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력의 성격도 다르다. 라울은 1959년 쿠바 혁명의 핵심 주역으로 반세기 동안 군권을 장악한 쿠바 역사상 유일한 육군 대장이다. 군부 재벌 ‘가에사’를 통한 경제 지배력에 혁명 정통성까지 갖춰 쿠바 내 그의 권력은 사실상 무소불위다. 마두로 압송 후 미국과 협력한 델시 로드리게스 같은 대체 인물을 쿠바에서 찾기도 어렵다.

변수는 내부 균열이다. 지난 13일 아바나 도심에서 정전 항의 시위가 발생한 것은 쿠바식 통제 사회에서 이례적 사건이다. 미국이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쿠바 국민에게 직접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쿠바 정권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용하면 체제 파산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거부하면 민심 폭발을 감당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미국의 압박에 맞설 카드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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