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이전 의혹’ 김대기·윤재순 구속 심사
행정안전부 예산 28억 불법 전용 혐의
이은우 영장 기각, 특검 체면 회복할까
윤석열정부 당시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서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전날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던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이번에는 신병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에는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과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영장심사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 예산을 불법 전용하도록 압박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친분이 있는 21그램이 공사를 맡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냈다.
당초 관저 이전 비용으로 배정된 예산은 약 25억원으로 이 가운데 관저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편성된 금액은 1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1그램은 공사 견적으로 41억원을 제시했다. 당초 예산의 세 배에 달하는 액수였으나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검증이나 조정 없이 공사를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 등이 늘어난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행안부를 압박해 28억원을 불법 전용·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행안부가 ‘예비비를 더 만들기 어렵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지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공무원이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는 취지로 상부에 요청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추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 등의 신병을 확보한 후 불법 예산 전용과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씨 등 ‘윗선’의 관여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특검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특검팀은 전날 이 전 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8일 이 전 원장에 대해 내란 선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출범 후 첫 신병 확보 시도였다. 특검팀은 이 전 원장이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비상계엄 및 포고령 등 내란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뉴스는 반복·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내란을 비판하는 뉴스는 차단·삭제하는 등 내란을 선전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종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내란선동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 중 사건 진행 상황에 비추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 전 원장에 이어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 특검 수사력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이 다 되도록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기소한 실적이 없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권 특검은 내부 담화문을 통해 “특검법에 따르면 구속영장실질심사나 공소제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특별검사보와 파견검사에 한정된다”며 “종합특검은 검사정원이 15명에 불과한 만큼 수사인력이 조기에 공소유지 인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 개시부터 ‘초기 구속영장 청구 자제’ ‘조기 기소 금지’라는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