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한파…신용카드 900만장 사라졌다
부동산 침체 ‘내수 위축’
신용카드 수 14분기째 ↓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중국 내 신용카드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자산 가치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가운데 휴면 계정에 대한 당국의 단속 강화와 부실채권 리스크 심화가 맞물리면서 중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인민은행(PBOC)이 발표한 최신 결제 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 1분기 중국 내 신용카드 수는 6억8700만장으로 직전 분기 대비 3개월 만에 900만장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용카드 수는 지난 2022년 9월 8억7000만장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고점 대비 약 15%가 줄어든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급격한 소비 심리 위축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6년간 중국 본토 은행의 신용카드 비즈니스를 추적해 온 애널리스트 둥정은 2025년 중국 본토의 12개 주요 상장 은행이 기록한 소매 상품 및 서비스 신용카드 결제액이 전년 대비 평균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평균 신용카드 거래 대금은 1조9000억위안(약 423조원)에 그쳤다.
둥정 애널리스트는 지출 위축의 배경에 대해 “소비 성향이 여전히 취약하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수백만가구가 자신들의 아파트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소매 지출에 훨씬 더 신중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미사용 카드’ 단속도 카드 수 감소를 부채질했다. 지난 2022년 7월 중국인민은행이 18개월 연속 거래 실적이 없는 휴면 카드의 비중을 총 계정의 2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제한하면서 은행들은 대대적으로 휴면 계정 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긴축과 정부의 규제가 맞물려 신용카드 시장 자체가 빠르게 축소된 것이다.
신용카드 시장 축소로 은행권의 카드사업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부실채권(NPL) 비율까지 상승하며 은행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최대 대출기관인 중국공상은행(ICBC)의 경우 전체 채무 중 신용카드로 인한 연체 총액 비중이 2024년 말 3.5%에서 2025년 말 4.61%로 급등했다.
특히 규제 당국이 무분별한 대출 확장을 막기 위해 온라인 가계 대출 규모를 축소하도록 압박하면서 신용카드 부실 비율이 더 높아졌다. 치싱은 “더 중요한 것은 규제 당국이 은행들에게 온라인 가계 대출 규모를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출에 의존했던 개인들이 추가 차입을 제한당하게 됐다. 이들 중 일부는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부실 리스크가 커지자 은행들은 신규 카드 발급 문턱을 높이고 있다. 국유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타사 신용카드를 5개 이상 보유한 고객의 신청만 거절했으나 현재는 심사 기준을 ‘3개 보유’로 대폭 낮췄다.
신용카드 부문의 부진과 리스크 심화는 은행권 전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중국 본토 42개 상장 은행의 2025년 합산 순이익은 2조17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4년에 기록했던 성장률 2.4%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