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AI 전력난 새 테마로 떠올라

2026-05-26 13:00:03 게재

퍼보에너지 IPO 흥행에 관련주 재평가

“전력공급 능력 입증 기업에 프리미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열에너지가 증시의 새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풍력·원전보다 덜 주목받던 지열발전이 ‘항상 공급 가능한 청정 전력’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지열 스타트업 퍼보에너지의 기업공개(IPO) 흥행이 지열발전 기업 전반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퍼보에너지(FRVO)는 석유·가스 시추에 쓰이는 수압파쇄 기술을 활용해 지하 열을 끌어올리는 회사다. 이달 나스닥에 상장한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42% 올랐고, 시가총액은 124억달러에 달했다.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을 내지 못한 기업으로서는 높은 평가다. 다만 WSJ는 퍼보가 다른 차세대 에너지 기업보다 매출 가시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실제 전력 공급 시점이다. 퍼보의 유타주 케이프스테이션 1호기는 10월 1일까지 고객사에 전력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고, 다음 두 기는 2027년 1월 1일까지 가동될 계획이다. 계약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고객사에 배상해야 한다. 반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다수는 상업 운전을 203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퍼보는 현재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SCE), 알파벳의 구글, 전력회사 NV에너지, 에너지기업 셸 등과 658MW 규모, 72억달러어치 구속력 있는 전력구매계약을 맺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탄소 배출이 적고 24시간 공급 가능한 전력을 원하면서 지열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지열발전은 뜨거운 암반이 비교적 얕은 곳에 있어야 경제성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미국 서부 지역이 유리하다. 퍼보는 유타·네바다·아이다호에서 42GW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건설비도 아직 높다. 퍼보의 첫 프로젝트 전력 생산 비용은 kW당 약 7000달러로 일부 SMR 설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이를 kW당 3000달러까지 낮춰 신규 가스발전소와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술 위험도 남아 있다. 15년짜리 전력 계약 기간 내내 지열정이 안정적으로 열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비영리 지열 연구기관 프로젝트이너스페이스의 다니 메리노-가르시아 연구 담당 부사장은 열 출력을 유지하려면 기존 지열정을 다시 파쇄하거나 추가로 뚫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목 기업은 기존 지열 강자인 오마트테크놀로지스(ORA)다. 이 회사는 올해 구글과 150MW 전력구매계약을 맺었고, 오래된 발전소 계약도 더 높은 가격에 연장하고 있다. WSJ는 “항상 켜져 있는 전력은 하이퍼스케일러에 희소한 자원”이라며 실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프리미엄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