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유한양행

유한양행, 다음 세기는 ‘글로벌 탑 50’ 실현

2026-05-26 13:00:02 게재

지난 100년 안정·공공·성장성 두루 갖춘 기업 자리매김 … “보다 진취적인 경영 필요”

올해 6월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은 한국 제약산업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단순히 오래된 기업이라는 의미를 넘어,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철학을 기반으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과 ‘투명경영’ ‘연구개발 중심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성과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위탁개발생산(CDMO) 및 원료의약품(API) 사업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50대 제약사’ 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및 사회문제 해결형 ESG 모델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한양행의 지난 100년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1936년 6월 유한양행 회사 발족을 마친 후 기념 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유일한 대표. 사진 유한양행 제공

국민의 신뢰 속에 지난 100년동안 발전해 온 유한양행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안정성 공공성 성장성을 두루 갖췄다는 회사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 글로벌 TOP 50으로 도전을 제시한다.

26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를 넘어 ‘GREAT & GLOBAL’ 비전을 실현하는 글로벌 50대 제약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 전환 속도 = 유한양행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안정성과 공공성, 그리고 성장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와 2026년 1분기 자료를 종합하면, 유한양행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재무 건전성은 업계 최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5년 말 기준 연결 총자산은 3조2209억원, 총부채는 8586억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36.3%에 불과했다. 유동비율은 206.1%로 일반적인 안정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단기적인 자금 압박 가능성이 매우 낮고 외부 차입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히 ‘돈이 많은 기업’이 아니라, 현금 창출력과 미래 투자 능력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증가와 함께 장기 투자자산, 유형자산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보수적 재무 운영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69년 첫 전문경영인으로 조권순 대표가 임명됐다.

수익성 개선 흐름도 뚜렷하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44억원으로 90.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1853억원으로 235.9% 늘었다. 매출 증가보다 이익 증가 폭이 훨씬 크다는 것은 수익 구조 자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있다. 렉라자는 국내 개발 항암제 가운데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존슨앤존슨 항암제와 병용요법)을 받으며 한국 제약산업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유럽 일본 승인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이는 글로벌 진출 성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이 주로 복제약(제네릭) 중심 구조에 머물렀다면, 유한양행은 글로벌 혁신신약 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실제로 증명한 사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및 기술수출 모델을 통해 국내 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

◆항암·대사·면역 분야 29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가동 = 유한양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항암·대사·면역 분야를 중심으로 약 29개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치료제 ‘YH25724’는 GLP-1과 FGF21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작용 기전 기반 후보물질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뚜렷한 승자가 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향후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YH35324)’ 역시 미국·중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기존 치료제 대비 지속성과 효능 측면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YH35995’는 최근 미국 FDA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획득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도 뚜렷하다. 유한양행은 혁신신약과 원료의약품(API)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자회사 유한화학은 글로벌 수준의 원료의약품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충북 오창공장에 이어 오송 제2공장 건설 등을 통해 위탁개발생산 사업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TOP50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순한 실적이나 신약 성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회사는 한국 기업 역사에서 드물게 ‘사회 환원’ 철학을 실제 지배구조에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4월 26일 유일한장학생들이 제3회 장학금 수여식 후 기념촬영.

◆신뢰받는 제약사, 글로벌 모델에 도전 =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는 철학을 남겼고 실제로 자신의 주식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후 설립된 유한재단은 현재까지 장학사업과 취약계층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철학은 현재 ESG 경영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유한양행은 2023~2025년 3년 연속 종합 A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사회(S) 부문에서는 A+ 평가를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국제 기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권고안에 따라 물리적·전환 리스크를 분석하고 있으며, 폭염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영향 등을 정량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추가 과제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ESG 수준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글로벌 제약사 수준의 탄소중립 목표 공개와 간접배출(Scope3) 관리, 공급망 ESG 데이터 공개 확대 등은 앞으로 더욱 강화해야 할 영역으로 꼽힌다.

사회공헌 방향 역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한양행의 전통적인 사회공헌은 장학사업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치매·다문화·청소년 정신건강·장애인 의료접근성 등 사회문제 해결형 ESG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유일한 아카데미’다. 청년들이 노인 돌봄, 다제약물 문제, 소아 의료 불균형, 정신건강 문제 등을 직접 탐색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8월 12일 국가유공자 건강지원을 위한 안티푸라민 나눔상자 지원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단순 기부 중심 ESG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형 헬스케어 ESG’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고령화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치매관리, 희귀질환 지원 등은 향후 제약기업이 공공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한편 유한양행에 대한 한계 지적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이 지나치게 안정 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재무적으로 매우 우수하지만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나 플랫폼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현재 수익성 개선 상당 부분이 렉라자 효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렉라자’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유한양행의 강점은 바로 그 ‘무리하지 않는 경영’에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실제로 창립 이후 대형 오너리스크나 심각한 노사갈등 없이 100년을 유지해 온 국내 기업은 드물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유지해 온 것이다.

유한양행 100년은 단순히 장수기업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형 ESG와 윤리경영,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 모델이 실제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제약업계와 시장은 유한양행의 다음 단계를 주목하고 있다. 렉라자 이후 또 다른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ESG를 단순 평가 대응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유한양행 ‘다음 100년’을 결정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보다 진취적인 기업 경영을 향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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