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반복에 책무구조도 무색

2026-05-26 13:00:03 게재

강민국 의원, 6년간 사고액 1조2419억원 … 금융사기 비중 40% 넘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했지만 금융사고 규모는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허위 담보와 위조 서류를 이용한 조직형 금융사기까지 확산하면서 피해는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09건, 사고 금액은 1조2419억3100만원에 달했다. 사실상 2~3일에 한 번꼴로 금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 사고 규모는 2020년 172억4500만원에서 2021년 731억9300만원, 2022년 1496억92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4년 3536억7100만원, 2025년 4318억9700만원으로 급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4월까지 739억1300만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책무구조도는 DLF·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대형 횡령 사고 이후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문서화하도록 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시 어떤 임원이 어떤 업무를 관리·감독했는지를 명확히 특정해 책임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금융사고 유형이 허위 담보와 위조 서류, 다중은행 대출이 결합된 조직형 금융사기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존 내부통제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책무구조도가 책임 구조 문서화에는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 현장 심사·검증 체계 개선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금융사기 규모는 6년여간 5052억8200만원으로 전체 사고액의 40.7%를 차지했다. 지난해 금융사기 규모는 3318억300만원으로 전년 558억원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도 4개월 동안 276억5700만원 규모 금융사기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고가 담보가치 부풀리기와 소득증빙 위·변조, 허위 임대차계약 등을 이용한 대출사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일인이 여러 은행을 상대로 반복 대출을 받거나 허위 담보·임대차계약으로 대출을 일으킨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금융권 심사·검증 체계 전반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개별 금융회사 차원을 넘어 업권 전체의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사고 규모가 7697억6400만원으로 전체의 62.0%를 차지했다. 이어 증권 2622억9000만원, 카드 1080억6800만원, 저축은행 812억4300만원 순이었다. 금융사고 대부분이 주요 시중은행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문제를 개별 금융회사 수준이 아닌 금융권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횡령·유용 규모는 2051억9000만원, 업무상 배임은 2911억9300만원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전통적 내부 비리보다 허위 대출과 금융사기 비중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고가 반복될 경우 단순 개별 피해를 넘어 금융회사 전반의 신뢰 저하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 담보와 대출사기 사고는 부실채권 증가와 금융권 건전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사고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는데도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업권별 금융사고 원인을 분석해 임원 관리 책임과 내부통제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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