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아 헤매는 임산부·신생아 없게 하겠다”
정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기대책들 추진에 속도” …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신속한 전원과 이송
정부가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전원 체계를 전면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개별 병원이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보호자나 119가 병원을 일일이 수소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중앙과 권역 네트워크가 직접 병상을 조정하고 이송까지 연계하는 체계로 바뀐다. 특히 비수도권 모자의료센터 확충, 닥터헬기 연계, 의료사고 국가보상 확대, 필수의료 형사부담 완화 등이 함께 추진된다.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의 핵심은 “전국 어디서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살릴 수 있는 의료 안전망” 구축이다.
이번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고위험 분만 증가와 지역 필수의료 붕괴 문제가 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2014년 21.6%에서 2024년 35.9%까지 상승했다. 조산아 비율도 같은 기간 6.7%에서 10.2%로 높아졌다. 반면 산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은 감소하고 지방 분만 인프라는 빠르게 위축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 분만이나 미숙아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병상을 찾지 못해 산모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이를 단순 병원 부족 문제가 아니라 “전원·이송 체계 부재”로 판단하고 국가 차원의 조정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권역 네트워크 체계’다. 정부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분만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연결해 응급 상황 발생 시 권역 내에서 우선 환자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현재 충청권·전북권·제주권에는 이 같은 협력체계가 없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역 병원이 독립적으로 대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권역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송체계 역시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 임산부가 119를 부르면 우선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이송된다. 하지만 해당 병원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면 권역 모자의료센터가 즉시 연계된다. 권역 내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과 중앙119구급상황센터가 직접 병상을 조정하게 된다.
특히 병원 간 전원 과정에도 119구급차가 투입되고 장거리·도서지역 환자의 경우 닥터헬기와 소방헬기, 군헬기까지 공동 활용된다. 지금까지는 응급헬기 운용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심으로 일원화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이송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 선정 방식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한다. 현재는 의료진이 전화로 병원마다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만 6월부터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여러 병원에 동시에 요청을 보내도록 개선한다.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 인력도 기존 5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구급차 안에서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비수도권 중심의 중증 모자의료센터 확충이다. 현재 최중증 산모와 신생아를 담당하는 중증 모자의료센터는 서울에만 2곳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 고위험 산모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원정 진료’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에 각각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해 전국 6개 체계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롭게 지정되는 중증센터는 28주 미만 초미숙아와 다학제 치료가 필요한 최중증 환자를 365일 24시간 대응하게 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예비병상도 별도로 확보한다.
정부는 센터 평가체계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지정만 받아놓고 실제 인력과 진료역량이 부족해도 큰 제재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역할 수행 여부에 따라 상향·하향 지정이나 지정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재편한다.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완화도 포함됐다. 지역 분만병원 전문의가 권역센터 당직을 서거나 파트타임 근무를 하는 방식이 허용된다. 또한 은퇴 의사(시니어 의사)를 비수도권 권역센터에 채용하면 국가가 인건비를 지원한다. 이는 지방 산과와 신생아중환자실의 야간·휴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방안에는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지적돼 온 의료사고 부담 완화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분만 전문의를 대상으로 의료배상 보험료를 지원해 최대 17억원까지 배상액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응급실과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확대한다.
또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산모 사망이나 신생아 뇌성마비 등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산모 중증장애까지 포함된다.
형사부담 완화도 추진된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분만·응급 등 고위험 필수의료 사고에 대해 기소를 제한하고, 형 감면도 가능해진다. 이는 산과·응급·소아과 의료진 사이에서 누적돼 온 사법리스크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이미 광주·전라 시범사업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시범사업 시행 이후 최중증 환자 사망자 수는 감소했고 중증환자 수용 건수는 증가했다.
대표 사례로는 전남 여수의 농기계 사고 환자를 지역 권역센터에서 1차 처치한 뒤 천안 병원으로 신속 전원한 사례가 소개됐다. 광역상황실이 이송병원과 최종 치료병원을 동시에 조정해 골든타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9월까지 전국 단위 응급 이송혁신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대책이 실제 성과를 내려면 지방 의료인력 확보와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네트워크 구축만으로는 지방 분만병원과 신생아집중치료실의 구조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은경 장관은 “현장의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묶고 의료진의 사범적 부담을 낮춰 국민과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전국의 임산부 신생아와 응급환자들이 안전하게 이송돼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