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증시상승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려면

2026-05-27 13:00:04 게재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우리 증시상승세가 올해 들어 5월까지 이어져 이제 코스피가 8000포인트를 넘어섰다. 3월 이후 이란전쟁과 유가급등, 시장금리 상승, 노사갈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이제 그 영향도 잦아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이익이 그러한 악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상승이 일부 계층의 소비회복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의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명품 여행 레저업종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는 현상은 지난 몇년간 내수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내수회복,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합쳐질 때 가능

사실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정책적으로 거버넌스 선진화와 주주환원 강화를 추진해 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효과다. 주지하다시피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로 노동소득에 초점을 맞춘 기업-가계 소득 흐름의 강화 정책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경제는 산업 구조와 인구문제 등으로 극심한 부진을 경험해 왔다. 그런데 이번 AI 인프라 투자 혁명이 증시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자본시장을 통한 낙수효과와 나아가 정책의 정당성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노사합의와 주가 흐름을 보더라도 이러한 점을 잘 알 수 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이번 노사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이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이익을 분배받게 된 것은 분명 의미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이는 해당 기업 노동자라는 소수의 집중적 소득 증가와 제한적 낙수효과만을 의미한다. 반면 수백만명에 달하는 주주, 특히 장기 보유 주주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이익 순환은 더 크고 광범위한 낙수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AI와 로봇의 발전이라는 혁명적인 변화 과정에 놓여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AI와 로봇의 고용 대체에 따라 기업 이익이 늘어도 노동자는 소외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사갈등이 커질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갈등 상황에서 주요 정책당국자가 기업 이익 급증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민배당의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들고 나온 AI 시대의 소득순환 논의는 이미 정부 내에서도 노동소득 순환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책당국의 판단이 반복적으로 개입되면 시장가격이 전달하던 신호는 약화되고 자원 배분은 점차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나아가, 분배가 정책을 통해 보장된다는 기대는 경제주체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킨다. 기업은 규제와 환수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조정하고, 가계는 소득창출보다 이전소득에 대한 의존을 높일 유인이 생긴다. 이는 결국 생산과 분배를 동시에 약화시킨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이러한 과정은 성장기반 자체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위험이 크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이익의 순환을 더 활성화해야 할 이유다.

자본시장 정상화가 내수활성화의 현실적 경로

우리 경제는 오랜 기간 내수부진에 시달려 왔고, 산업별 기업별 차별화가 불가피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노동소득만으로는 이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증시상승을 통한 ‘낙수효과’의 확인은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정부 주도의 단순한 재분배보다 자본시장의 정상화가 내수안정과 기업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더 현실적인 경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