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군이 혹한기 훈련 강행한 이유
점증하는 북극안보 위협에 대비 … 미국과 방위협의체 운영중단 등 동맹균열도 한몫
캐나다군이 지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의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 ‘나눅작전’으로, 155mm 곡사포를 비롯한 군 장비를 중부 대평원에서 북극기지까지 이동시키고 배치하는 임무였다. 군 당국은 2007년 북극 방어역량 강화훈련을 시작한 이후 참여인원과 장비 면에서 올해 규모가 가장 컸으며, 한겨울에 대규모 작전을 장기간 수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1980년대 이후 수십년 동안 단 한차례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지출하지 않았다. 나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마크 카니 연방총리는 작년부터 나토 목표를 달성했으며, 앞으로 10년에 걸쳐 국방예산을GDP의 5%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정부가 국방력 강화에 눈을 돌린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이 직접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51번째 주 편입” 발언과 노골적인 그린란드 점령 의도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미국의 그늘 아래서 국방 분야를 등한시 했지만 이제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가 변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체감 영하 50℃에서 북극방어 훈련
캐나다 육군 포병연대 제1연대 소속 장병들은 지난 2월 매니토바주 실로기지에서 북극군도에 위치한 빅토리아섬까지 곡사포 2문을 전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체감 영하 50℃ 이하, 사방이 눈으로 덮인 툰드라 지역의 혹독한 환경에서 버텨야만 했다. 통상 2~3주에 그치던 북극 방어훈련이 올해는 10주 가까이 진행됐다.
이 부대는 추가로 제1기계화여단의 다른 부대들과 함께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노스웨스트 준주 수도인 옐로나이프까지 이어진 합동 지상작전에도 참여했다. 장병들은 북위 60도 위쪽의 1500km 가까운 거리를 악천후를 헤치며 이동한 것이다. 얼어붙은 도로 때문에 물자보급이 제한된 것도 큰 장애물이었다.
훈련에 참가했던 스탈레카르 소령은 “이번 훈련의 중요한 목표는 북극에서 신속히 이동하며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시험했다. 장비도 정신력도 마찬가지”라며 “캐나다 장병들은 어려운 환경에 적응했고, 끝까지 임무를 수행했으며, 어디서든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캘거리대 군사안보전략연구센터의 개빈 존 연구원은 객원기자로 ‘나눅작전’을 참관한 뒤 일간신문 ‘글로브앤메일’에 기고했다. 그는 ‘캐나다 레인저들과 동행한 북극’이라는 글에서 “캐나다의 미래 안보가 북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권, 인프라, 국방, 기후변화, 강대국과의 경쟁 등 모두 그곳과 연결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북극에서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을 다룬 현장보도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북극에서 훈련하는 군 장병들을 취재하게 됐다”고 전했다.
무력화된 방공망도 다시 보강
캐나다군의 전력강화는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국방부의 청사진에는 2025년 기준 136개 대형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과 추진 일정이 공개돼 있다.
먼저 캐나다군은 대서양 연안 뉴브런즈윅 지역에 새로운 방공망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게이지타운 포병부대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10억캐나나달러(1조원)를 투입한다. 육군의 방공망 현대화사업으로, “점점 다양해지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군은 밝혔다. 다연장로켓포는 물론 지대공 미사일과 원격조종 드론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스테판 부셰 왕립포병협회 회장은 캐나다의 방공능력이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고위직 포병장교를 지낸 그는 과거 캐나다의 방공망 체계는 휴대용 미사일 체계와 35mm 쌍열 기관포, 대전차 체계 등 세 갈래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휴대용 미사일과 쌍열 기관포는 지난 2005년 벌써 퇴역했고, 대전차도 예산절감을 이유로 2012년 폐기됐다.
부셰 회장은 “35년 군 복무기간 캐나다는 매우 높은 방공역량을 갖춘 단계에서 점차 퇴화해 사실상 무능력 상태로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캐나다군은 발칸반도 평화유지군과 아프가니스탄 작전 등에 참가했지만 자국 영토를 방위하기 위한 방공전력 강화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미사일 위협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공 방어능력은 국방투자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캐나다 영토 안으로 헬기와 전투기의 위협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은 드론의 위협이 한층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캐나다육군의 구체적인 방공망 목표 체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달절차가 진행되면 관련 장비와 무기 확보에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부셰 회장은 “각각의 여러 위협이 다른 각도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다층적 방공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휴즈 마운트앨리슨대학교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최근 위협에서 가장 큰 변수는 드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숫자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전쟁에서 이란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을 대량생산해 이스라엘 등의 방공망을 무력화한 대목을 예로 들었다.
60년 만에 초대형 쇄빙선 건조 착수
캐나다는 북극에서의 존재감 확대를 위해 작년 말 대형 쇄빙선 2척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서부 태평양 해안에서 1척을 건조하는데, 이는 캐나다가 약 60년 만에 처음으로 영토 안에서 건조하는 초대형 쇄빙선이다. 나머지 1척은 핀란드에서 선체를 만든 뒤 캐나다 퀘벡항만으로 이동해 최종 완성할 계획이다.
이 선박들은 해안경비대 역사상 가장 큰 단일 투자사업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해지는 북극해역에서 캐나다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한국 한화오션이 입찰에 참여한 잠수함 12척 건조사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
신규 쇄빙선들은 2030년대 초반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방정부 관계자는 “쇄빙선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양군사장비 도입을 넘어, 북극에서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라는 캐나다의 장기전략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조선해양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국가 전략의 핵심 축이란 설명이다.
미국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
국방투자를 늘려야 하는 명제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트럼프행정부는 캐나다-미국 방위협력을 담당해 온 공동방위위원회(PJBD) 참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가 국방비 지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북미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는 각국이 방위역량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캐나다는 국방공약 이행에 있어 신뢰할 만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1940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 캐나다 총리가 설립했다. 원칙적으로 매년 최소 한차례 회의를 해야 하지만 마지막 회의는 2024년 11월 오타와에서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란 바유미 전 미국 국방자문관은 CBC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기구가 양국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평가하면서 “기구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불필요한 도발이며, 오타와와 다른 미국 동맹국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이와 관련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일단 의미를 축소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은 신형 잠수함 도입 추진 등 최근 국방투자 계획을 언급하면서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언제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미국을 향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도 묻어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발 더 나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를 향해 “말로만 안보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원 마련과 국방비 증액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재차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