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혀도 원유대란 피했다

2026-05-27 13:00:38 게재

특사외교 통한 사우디 UAE 우회송유관 이용

정부 비축유 활용한 민간기업 스왑제도 주효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내 원유 수급이 초비상 상태지만 정부와 업계의 원팀 대응으로 ‘원유대란’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우회 송유관을 적극 활용한 데다 정부가 비축유를 활용한 ‘스왑 제도’를 시행하면서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중동산 비중, 48.5% 유지하는 배경은 = 27일 산업통상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원유 도입의 69.1%가 중동산이고, 전체 수입 원유 가운데 약 60%는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해 들어왔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사실상 전체 도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가 대체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5~7월 잠정 기준 중동산 비중은 48.5%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미주지역 비중은 같은 기간 23.1%에서 35.6%로 급등했고, 아프리카산도 2.2%에서 8.3%로 확대됐다. 아시아 지역 비중 역시 5.0%에서 7.4%로 늘었다.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우디와 UAE의 우회 송유관이다. 사우디에는 동부 아브카이크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연결된 동서 송유관(페트로라인)이 있다. 하루 수송능력은 700만배럴 규모다.

UAE도 합샨에서 푸자이라를 연결하는 아부다비 원유 송유관(ADCOP)을 갖췄다. 하루 수송능력은 150만배럴 수준이다. 이 두 송유관을 통해 우리나라로 상당량의 원유가 들어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도 중동산 원유도입 비중이 48.5%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290만배럴이다.

두 송유관 모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생명선’ 역할을 했다. 그 이면에는 특사외교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산업부 장·차관이 특사로 UAE를 비롯 사우디 카타르 오만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공급협의를 진행했고, 해당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고위급 외교 대응이 실제 물량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비축유를 ‘마중물’로 … 7월 원유 수요량 85% 확보 = 정부의 ‘스왑 제도’ 역시 위기대응의 핵심 카드로 꼽힌다. 산업부는 민간 정유사가 미국·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정부 비축유를 우선 대여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면 이후 비축유를 상환하는 구조다.

기존의 단순 비축유 방출이 아니라 정부 비축유를 ‘마중물’로 활용해 민간 기업들의 비중동산 원유 확보를 유도한 것이다. 현재까지 신청물량은 약 3100만배럴 규모이며, 이 가운데 2000만배럴 계약이 체결됐다. 실제 시장에 공급된 물량도 1500만배럴 수준에 달한다.

정부는 운송거리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류비 차액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미국산·아프리카산 원유 비중 확대에는 이러한 정책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스왑 제도가 최대 고비였던 4월 ‘(원유)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회고한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출발한 유조선 가운데 국내에 도착한 마지막 선박은 4월 20일 입항분이었고, 이후 국내 정유사들은 사실상 다른 지역 원유로 대체 조달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7월까지 국내 원유 수요량의 약 85%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국내 비축유 규모는 약 1억9000만배럴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 이후 가장 큰 과제는 중동산 대체 물량 확보였다”며 “사우디·UAE 우회 송유관 활용과 정부 스왑 제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공급망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외교활동과 도입선 다변화, 전략비축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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