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전 공조사업에서 활로 찾는다
히트펌프 국내 판매 본격화 … 저가 가전 외주화 등 사업재편도 추진
중국 저가 공세, 부품 원가 상승, 물류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가전사업이 히트펌프를 비롯한 공조사업에서 새 활로를 모색한다.
삼성전자는 29일 기자설명회를 개최해 독자적인 히트펌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난방 전기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성능과 효율, 탄소 저감을 모두 강화한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출시했다.
히트펌프는 외부의 열 에너지를 흡수해 내부의 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전환 장치다. 냉매가 액체와 기체 상태를 오가며 열을 흡수·방출하는 성질을 활용한 ‘증기 압축 사이클’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외부에서 열을 흡수한 냉매는 압축기를 거쳐 고온·고압의 기체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열이 열교환기를 통해 실내의 공기나 물로 전달된다.
열을 방출한 냉매는 다시 팽창하며 온도가 낮아지고 외부에서 열을 흡수할 수 있는 액체 상태로 변환된다. 이 순환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 투입만으로도 높은 열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 히트펌프는 바닥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가 4.9로 투입 전력 대비 5배 수준 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55도 출수 조건에서의 SCOP는 3.78이다. 일반적인 화석연료 기반의 난방기기의 에너지 효율은 100% 미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혹한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난방 성능을 제공한다”며 “고효율 냉매 압축 기술과 결빙 방지 기술로 영하 25도 극저온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하고 영하 15도 조건에서도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히트펌프 시장은 각국 정부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매년 큰 폭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세계 히트펌프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유럽은 탄소중립과 가스 의존도 해소를 위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제조사를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역시 보조금과 세금감면 등을 앞세워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후에너지부가 최근 2035년까지 350만대 규모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부터 제주 전남 경남 등 주요 지자체 내 연탄·등유 보일러 사용 가구와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을 대상으로 히트펌프 보일러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일부 수익성 낮은 가전을 대상으로 외주 생산을 추진하는 등 사업재편을 추진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DA사업부는 17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재편 방안을 제시했다. 재편 방안에는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1989년 이후 주요 해외 생산거점 역할을 맡아온 말레이시아 공장 폐쇄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업체의 공세에 밀려 사업성이 떨어진 중국 TV가전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가전사업에서 철수하고 모바일·반도체 등 첨단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내용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가전사업 재편은 중국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한 후발업체들의 저가공세와 주요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등으로 더 이상 수익성 낮은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시리즈 고급형 가전과 냉난방공조사업 등 수익성이 높거나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