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붕괴 사고

이상징후 확인 후 안전진단 중 참사

2026-05-27 13:00:39 게재

2.9㎝ 단차에 공사 중단 후 현장진입 … 3명 사망·철도망 마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안전진단 도중 구조물이 무너지며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직전 구조물에서 높이차(단차)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지만, 약 12시간 뒤 진행된 안전점검 과정에서 결국 붕괴가 발생했다. 노동당국과 경찰은 위험 신호 확인 이후 현장 접근과 안전판단 과정이 적절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26일 서울시와 경찰,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3분쯤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장 점검자와 작업자 등 6명이 매몰됐고,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2명이 숨졌고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나머지 부상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이날 오전 1시 30분부터 슬래브 절단 작업이 진행됐다. 슬래브는 콘크리트를 판 형태로 만든 구조물이다. 작업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오전 2시 30분쯤 구조물 일부에서 2.9㎝ 단차가 발생했다. 단차는 구조물 높이가 일정하지 않게 변형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이후 약 12시간 동안 진행된 대응 과정이 이번 사고의 주요 의문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합동 안전진단이 진행됐고, 사고 당시 현장에는 서울시 공무원 3명과 안전진단 전문가, 외부 전문가, 현장소장, 감리단장, 비상주 감리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점검 과정 자체가 붕괴 현장이 됐다. 점검이 진행되던 오후 2시 33분 구조물이 붕괴했다.

이번 사고는 위험 징후 확인 이후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특히 구조 불안정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에도 안전점검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위험도 평가와 현장 통제 과정 전반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단차 발생으로 구조 불안정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현장 접근 판단이 적절했는지,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충분했는지, 절단 공법과 작업 순서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 내부 인력뿐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 참여자들까지 동시에 피해를 입었다는 점도 이번 사고 특징으로 꼽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서울시 공무원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작업자뿐 아니라 안전관리와 감독 체계에 참여한 인력들까지 사고를 피하지 못하면서 현장 전체 위험 관리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는 일반 건설공사보다 위험성이 큰 철거공사의 특성도 드러냈다. 철거공사는 구조물 일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존 하중 균형이 급격히 바뀔 수 있어 절단 순서와 하중 분산 계산이 중요하다. 특히 서소문 고가 작업은 철도 상부를 지나는 과선 구간이어서 구조 안정성과 철도 운행 안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로 꼽힌다.

도심 노후 인프라 철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안전관리 체계가 현실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차도와 교량, 철도 인접 구조물 철거는 일반 공사보다 훨씬 복잡한 하중 계산과 위험 통제가 필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야간 공사와 공기 단축 압박 속에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사고 여파는 수도권 철도망으로도 번졌다. 붕괴 구조물이 경의선 전차선 위로 떨어지면서 서울역~신촌역 구간 단전이 발생했고, 경의중앙선과 KTX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코레일은 27일 첫차부터 KTX 120여편의 운행을 중지하거나 운행 구간을 조정했다. 경부선 KTX는 서울~부산역 구간만, 호남선은 용산~목포·여수엑스포역 구간만 제한 운행됐다. 강릉·중앙선 KTX 역시 청량리역 기준으로 축소 운행됐다. 일반열차 일부도 출발역과 운행 구간이 변경됐다.

코레일은 서울역 혼잡을 줄이기 위해 일반열차와 ITX열차 운행도 일부 조정했다. 밤사이 열차 운행 중지 통보를 받은 승객들의 불편 사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어졌다.

코레일측은 “긴급복구반을 현장에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용객들은 반드시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공사장 내부 산업재해를 넘어 수도권 철도망과 도시 기능 전체에 영향을 미친 복합 재난으로 확산됐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와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작업중지 조치를 내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사고 발생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엄정하게 감독·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상자와 유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국토교통부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철도시설 복구와 운행 정상화 지원에 나섰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추가 붕괴 가능성과 2차 사고 위험 여부를 점검하고 “유사 현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도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사고 원인을 엄정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 관계기관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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