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도, 당신이 나서야 나라가 바뀐다

2026-05-28 13:00:02 게재

정치는 본래 공동체의 가치와 자원을 배분하는 신성한 행위이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오직 강성지지층의 적대감을 동력삼아 연명하는 ‘기형적 인질극’으로 전락했다. 여야를 떠나 아직 선택을 주저하는 중도층의 상식 대신 집토끼를 자극해 확실한 표를 챙기겠다는 알량한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함몰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의 정치’가 얼마나 기괴하게 작동하는지는 최근 ‘탱크데이 논란’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나 전직 대통령의 등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역사왜곡 마케팅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이 분명히 잘못을 지적했음에도 당 지도부의 궤적은 더 엇나간다. 장동혁 대표는 툭하면 스타벅스 사태를 들먹이며 “이재명정부의 인민재판”이라는 식의 이념공세를 펴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전국 유세장에 등판시킨 것은 중도확장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보수 콘크리트층의 투표율만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퇴행정치의 극치다.

투표포기 유혹 깰 동력 여전히 살아 있어

이 거칠고 천박한 소음 속에서 6.3 지방선거를 대하는 중도층의 심리는 복잡하고 심란하다. 한국갤럽의 5월 2주와 3주 데일리오피니언 데이터는 현재 중도층이 처한 딜레마를 수치로 보여준다. 이 통계의 핵심은 중도층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운영(65%, 64%)과 여당지원론(46%, 45%)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지만, 여당의 독주(특검법 공소취소 반대 45%)나 무리한 이념정쟁에는 강한 거부감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도층의 투표 의향은 ‘기권론’과 ‘막판심판론’으로 팽팽하게 갈리는 형국이다.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45%, 43%)이 국민의힘(14%, 15%)을 압도해 얼핏 여당으로 기운 것 같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숫자는 32%에 달하는 ‘무당층’이다. 중도층 3명 중 1명은 현재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한 채 냉소적 관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투표포기의 유혹은 강렬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얄팍한 스타벅스 옹호나 박근혜 등판 같은 구태 마케팅은 중도층을 보수로부터 완전히 돌려세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 논란’이나 호남 공천 잡음을 보며 선뜻 여당의 손을 잡아주기도 찜찜한 상황이다. “양쪽 다 마음에 안든다”는 정서가 심화될 때 중도층은 대거 기권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지금 여야가 중도층을 안중에 두지 않고 강성 마케팅을 벌이는 심리적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중도층이 투표장으로 나가야 할 이유는 상존한다. 정치학적으로 중도층은 ‘누군가를 심판하러 갈 때’ 움직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여당 승리 기대’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이재명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기보다, 내란사태를 초래한 야당에 대한 ‘잔여 심판론’에 가깝다. 반성없이 박근혜 마케팅 등으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야당을 향해 “과거세력의 부활은 막아야 한다”는 경고를 보낼 동력은 살아 있다.

반대로 5월 2주에서 3주로 넘어가며 중도층의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22%에서 28%로 일주일 만에 6%p 상승한 지점 또한 엄중히 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 문제가 됐던 ‘조작기소 특검’ 등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명백한 경고신호였기 때문이다. 여당이 또다시 이들의 경계심을 자극한다면 중도층은 다수당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라도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월 21일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층은 73.6%로 지방선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중도층의 동향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이는 이들이 단순한 외면이나 냉소에 머물지 않고 양당의 오만과 퇴행을 향해 언제든 심판의 칼을 뽑아 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다수의 독재’와 ‘극단주의 지배’를 막으려면

이념의 과잉 속에서 중도층이 취해야 할 입장은 명확하다. 정치권이 던진 양자택일의 인질극을 단호히 거부하는 일이다. 중도층이 투표를 포기하면 정치는 더욱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든다. 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이 경고했듯, 쪽수가 곧 정의라고 믿는 ‘다수의 독재(Tyranny of the Majority)’와 퇴행적 ‘극단주의의 지배’를 막을 유일한 방책은 중도층의 참여뿐이다.

중도층이 지금 취해야 할 가장 강력한 포지션은 역설적으로 ‘투표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기권은 중립이 아니라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묵인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의 오만한 질주를 막고, 구태에 갇힌 야당을 재편해 대한민국 정치를 상식의 궤도로 돌려놓을 힘은 오직 투표장으로 향하는 중도층의 발걸음에 있다. 당신이 나서야 나라가 바뀐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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