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초호황 반도체의 아이러니

2026-05-28 13:00:06 게재

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 직전 극적으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의 초과이익 배분문제로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렸고,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금의 초호황과 대규모 초과이익은 미국 빅테크 AI 기업들의 투자경쟁이 만든 외부적 구조변화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초호황은 국가적 축복이지만 독배를 내포한 다중 아이러니 구조다.

‘노동의 문법’과 ‘기술혁신의 문법’이 충돌하는 시기

첫번째 아이러니는 반도체 초호황의 축배가 산업 전반에 독배로 작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 노조들의 성과급·이익배분 확대 요구와 하청노조들까지 원청 수준의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DS(디바이스 솔루션), DX(디바이스 경험)와 메모리·비메모리 사업부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 노사갈등이 아니라 기존 산업질서와 성과배분구조를 흔드는 독배가 된다.

두번째 아이러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을 만드는 동시에 AI 시대를 더 빠르게 앞당긴다는 점이다. 즉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축배의 잔이 높아질수록 생산현장에서 AI, 피지컬로봇, 자동화시스템 적용은 더 빨라지고, 이는 대규모 노동력 기반의 기존 생산방식과 노동운동 구조를 허물며 노동자들에게 독배로 돌아온다. 반도체 초호황은 장기적으로 노동협상력을 약화시키는 AI 전환을 촉진한다.

이같이 문제의 본질은 산업화 시대의 ‘노동의 문법’과 AI 시대의 ‘기술혁신의 문법’ 충돌이다. 생산은 노동·자본·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지지만 노동만이 파업과 단체교섭을 통해 생산을 멈출 수 있다. 자본은 파업할 수 없고, 기술은 파업도 투표도 할 수 없다. 노동문법에서 인풋(input)은 노동투입량과 숙련도, 스루풋(throughput)은 노동에 의한 생산관리와 현장 조직력, 아웃풋(output)은 제품·서비스의 산출과 노동 기여 중심 성과배분 구조다. 반면 AI 시대 기술혁신문법은 AI·로봇·데이터·연산인프라를 인풋으로 삼고, AI최적화·인간-AI협업 중심으로 스루풋을 재편하며, 아웃풋 단계에서는 플랫폼·알고리즘·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핵심성과를 창출한다.

세번째 아이러니는 정부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세수가 급증하면 확대재정 유혹도 커진다. 그러나 이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생산거점 출퇴근 가능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고, 이란전쟁 관련 유가상승과 유류지원금 지급 등으로 물가압력도 커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정교하지 못한 확대재정은 자산시장과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정부의 세수폭증 축배는 집값상승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독배를 함께 지니고 있다.

성과급 갈등 넘어 새로운 기술·산업·노동·재정질서 재설계해야

따라서 성과급 조정을 넘어 노동문법과 기술혁신문법 충돌을 관리할 새로운 기술·노동 패러다임의 구축이 긴요하다. 첫째, 노동의 역할과 초과이익 배분 원칙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 AI 시대에 기업의 초과이익은 노동 보상뿐 아니라 AI 대응·전환 투자, 핵심기술 축적, 재교육과 산업전환 재원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동시에 노동 역시 AI운영·로봇관리·데이터감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노사정 협상 의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임금과 성과급뿐만이 아니라 AI와 로봇 도입, 직무전환, 재교육, 생산성 증가분 공유까지 논의해야 한다. 기존 노사협상을 넘어 ‘산업전환 계약’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셋째, 정부재정 역할 역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세수 증가분을 단순 소비성 확대재정을 넘어서 산업전환·재교육·주거안정·인플레이션 대응에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AI 시대와 생산문법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성과급 갈등을 넘어 AI 시대 노동문법과 기술혁신문법의 충돌, 그리고 새로운 기술·산업·노동·재정 질서를 재설계해야 한다.

조현대 기술경영경제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