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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없는 군대 120년의 역사

2026-05-28 13:00:06 게재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과거 국방부 장관이 사용하던 건물의 입구에는 ‘자주국방’이라는 글자가 수십년째 붙어 있다. 이 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받아서 동판으로 제작됐고, 국방부 민원실을 통해 출근하는 국방부 직원과 군인들 모두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설치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주’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에게는 ‘박정희가 설마…’라는 생각이 스쳐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희 집권 기간 미국과 관계는 불협화음이 빈번했다. 불편한 한미관계에서 군 관련 사안이 자주 등장했다. 당시 북한과의 군사력 비교에서 남한은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철수라는 카드는 박정희정권에게 매우 큰 압박이었다. 박 정권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악순환을 낳기도 했다.

박정희의 자주국방 강조는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사정에서 연유한다. 국방력 강화에 대한 국내여론의 호응도 있지만 대외 정책에서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뒷심이 빠진 빈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환수를 추진해야 할 몇가지 이유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연초에 국방장관으로부터 작전 투입이 가능한 부대 수와 병력 등을 보고받는다.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군사적 수단의 사용 가능 여부를 따져 대외정책의 강약을 조절한다. 빈약한 군사력으로 작전권이 없는 군을 바라보는 대통령은 답답한 마음을 가졌으리라는 짐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작권 환수의 첫번째 이유이다.

우리나라 군 작전권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외국군으로 넘어갔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더글라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현재(present)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 육·해·공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현재의 남북 휴전상태를 편지에서 밝힌 ‘적대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여튼,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방에 대한 투자가 가속되면서 작전권 환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1980년대 후반에 다시 나타났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한 노태우 대통령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한 ‘민족자존’에서 ‘작전통제권 환수’와 ‘용산기지 이전’ 등을 공약했다.

그 결과 1991년부터 작통권 환수 협의가 본격화됐고, 1994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이 분리된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이어 한국군 내부에서는 10년 이내에 전작권도 환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후 30여년이 지나고 있다. 전작권 환수의 두번째 이유다.

작전권 환수는 지금의 정당, 국민의힘 계열의 대통령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민주당 계열의 대통령들은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적극적이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의욕을 보였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국내의 반대와 달리 오히려 호의적이다. 과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009년에 이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지금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재명정부의 전작권 환수 추진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세번째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거론하며 한반도 방위의 취약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0년에 체결된 ‘한미 국방협력지침’을 보라. 여기에는 미국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지속능력과 보완능력을 제공하기로 확약하고 있다.

지속능력이란 동맹이 지속되는 동안 미측에서 제공하는 능력으로, 핵 공격을 방어하는 핵우산 등을 의미한다. 보완능력이란 한국군이 능력을 갖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미측에서 제공하는 능력으로 미사일 방어 등을 말한다. 이 공약은 연례 국방장관 회담(SCM)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다. 네번째 이유이다.

120년 전작권 부재의 시간 청산할 때

한국군이 전작권을 갖지 못한 시기는 엄밀히 말해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8월 1일 제국주의 일본은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작전권도 탈취했다.

군 작전권은 해방 후 정부 수립으로 겨우 2년 동안 돌아왔다가 다시 미군에게 넘어갔다. 이 땅에서 전작권 없는 군대가 존재한 지 벌써 120년 가까이 된다. 이보다 수치스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김성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