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에도 지지대·부목 왜 없었나

2026-05-28 13:00:36 게재

침하·토사 위험 인지하고도 점검·작업 계속 … 현장 통제 부실 논란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계기로 “위험 신호가 발생한 뒤 왜 충분한 통제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서 하수관 공사장 매몰 사고와 울산 샤힌 프로젝트 사망 사고 등 잇단 중대재해에 건설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는 지난 26일 오전 1시 30분부터 진행된 슬래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시작됐다. 약 1시간 뒤 거더 일부에서 29㎜ 침하가 발생했고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안전진단이 진행되던 오후 2시 33분 구조물이 붕괴했다.

서울시가 교량 철거 작업 중 상판 붕괴 사고가 난 서소문 고가차도에 대해 40시간에 걸친 완전 철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 주변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구조물 침하라는 위험 신호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왜 추가 지지대 설치나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과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일부 전문가들은 외부 전문가와 감리단장 등이 함께 현장에 들어가 구조 상태를 직접 확인한 과정 자체는 통상적인 절차 범주였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철도 위 공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작업 제약이 컸다고 해명했다. 철도 구간은 심야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이 가능했고, 하부 공간 확보가 어려워 일반적인 비방호벽 설치 등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측은 “통제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긴급 안전점검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추가 보강과 출입 통제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체 공사는 일반 공사보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계획된 절차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됐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 시방서에는 필요시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나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현장에는 별도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단차 발생이 구조 안전성 이상 신호일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노동부와 경찰은 서소문 고가 사고가 산안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누가 실질적인 안전관리 책임 주체였는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

쟁점은 서울시가 단순 발주처인지,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도급인인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시공사와 감리, 안전진단 참여자들의 역할뿐 아니라 작업계획서 수립과 이행 과정 전반이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체 공사의 경우 구조물 상태와 절단 순서, 하중 분산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작업계획서 준수 여부가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고에서는 작업자뿐 아니라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안전진단 참여 인력까지 피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구조물 하부에서는 철도 운행과 보행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사와 무관하게 고가 아래를 지나던 서대문구 주민센터 직원도 다쳤다. 전문가들은 향후 위험 구조물 점검 과정에서 감리·진단 인력에 대한 별도 안전 매뉴얼과 출입 통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수서동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도 토사가 무너지며 작업자 1명이 숨졌다. 경찰은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부목 설치 여부를 중심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중이다.

앞서 25일에는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전날 사고가 발생했던 같은 장소에서 노동자 1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노동부와 경찰이 원청인 DL이앤씨를 상대로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날 사고 이후 작업 중지와 현장 통제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소문 사고에서는 지지대, 수서 사고에서는 부목, 울산 사고에서는 작업 중지와 현장 통제 문제가 각각 핵심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위험 신호 이후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가 공통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위험 신호 이후 대응 실패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건설업 사망 사고 자체도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노후 인프라 철거와 지하 굴착 공사가 늘어나고 있어 산업안전 전문 인력과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중호우 시기를 앞두고 토사 붕괴와 구조물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설마 무너지겠느냐”는 안일한 판단이 반복되는 한 유사 사고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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