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난이 데이터센터 바꾼다

2026-06-02 13:00:02 게재

랙당 전력 1MW 시대

800볼트 DC 전환으로

미국 오리건주 더 댈러스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직원이 과열된 서버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 출처 구글 홈페이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력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이 더 강력한 AI칩을 쏟아내면서, 이를 감당할 데이터센터는 이전보다 몇 배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머지않아 생산되는 칩의 규모가 실제 가동 가능한 전력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수조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부족이 AI 성장의 핵심 제약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반도체 기업, 전력 장비 업체들은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냉각, 전력 공급 방식을 다시 짜고 있다. 전통적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은 보통 25~40킬로와트의 전력을 쓴다. 에어컨 약 20대를 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는 GPU를 촘촘히 배치하면서 전력 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2년 전부터 랙당 GPU 수는 8개에서 72개로 늘었고, 필요한 전력은 약 150킬로와트로 뛰었다. 엔비디아가 올해 말 내놓을 새 GPU·랙 시스템 루빈은 약 300킬로와트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그 이후에는 랙 하나가 1메가와트에 가까워질 수 있다. 미국 평균 가정 75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전력이 모두 AI 연산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30%는 AI 생성에 직접 쓰이지 않는다. 상당 부분은 서버 과열을 막는 냉각 시스템과 대규모 서버 내부 전력 이동 과정에서 사라진다.

가장 먼저 개선된 분야는 냉각이다. 엔비디아가 2024년 출시한 블랙웰 칩은 전작과 같은 에너지로 더 높은 처리 능력을 냈지만, 발열도 크게 늘었다.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한계가 커지자 기업들은 칩에 직접 액체를 보내 식히는 직접 액체 냉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전력 장비 업체 버티브의 연구에 따르면 액체 냉각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15% 높이고, 화석연료에 따른 탄소 배출을 10%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전력 변환 단계도 줄이고 있다. 전력망에서 들어오는 전기는 장거리 송전에 유리한 교류지만, 칩이 쓰려면 직류로 바꾸고 3만4500볼트 전압도 12볼트로 낮춰야 한다. 이 과정마다 에너지가 열로 빠져나간다. 엔비디아는 이를 줄이기 위해 사이드카를 시험하고 있다. 사이드카는 교류 전기인 AC를 직류 전기인 DC로 바꿔 800볼트 DC 전력을 랙에 공급한다. AI 인프라 첨단 장비 제조업체 플렉스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은 현재보다 20% 높아지고, 1메가와트급 사이드카를 쓰면 랙 전력은 500킬로와트까지 올라간다.

더 급진적인 방식은 전력반도체 기반 변압기 도입이다. 기존 변압기와 저압 배전반을 대체해 AC와 DC 전환 단계를 줄이고, 높은 전압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장치다. 플렉스는 이 방식이 현재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을 27% 높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궁극적 목표는 800볼트 DC 시스템이다. 엔비디아와 플렉스, 버티브는 2030년 이전 많은 AI 공장이 이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것으로 본다. 전력 분배 과정은 전체 전력 손실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800볼트 DC 체계가 자리 잡으면 이 손실은 1%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다.

DC 전력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도 잘 맞는다. 미국은 아직 가스 발전 의존이 크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이퀴닉스 등은 배터리 저장장치와 태양광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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