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반복된 폭발사고

위험 낮다던 세척공정서 폭발

2026-06-02 13:00:02 게재

충전·분리 이어 세척공정서 참사 … 수사 초점은 위험성 평가·안전관리 체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세척공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2018년 충전공정, 2019년 분리공정에 이어 이번에는 세척공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사기관은 기존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2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번 폭발 사고는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했다. 한화측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발사체 추진제 관련 공구를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회사측은 세척공정은 물을 다량 사용하는 작업인 만큼 상대적으로 폭발 위험이 크지 않은 공정으로 인식해 왔다고 설명했다.

폭발 사고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이날 사고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실제 한화측은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도 세척공정은 기존에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했던 공정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은 “화약이 묻은 장비를 물로 세척하는 과정은 위험한 작업으로 인식되지 않아 왔고 기존에도 안전하게 진행돼 온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척 작업은 일반적으로 물과 세제를 사용해 진행되며 화약 성분 역시 물에 접촉하면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현 시점에서는 폭발이 어떤 경로로 발생했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측도 정확한 원인 규명은 현장 감식과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진제 관련 작업이 공정 구분과 관계없이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세척공정이라 하더라도 추진제나 화약류와 연관된 작업인 만큼 위험 요소를 어떻게 평가했고 어떤 안전조치를 적용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는 폭발 원인뿐 아니라 기존 위험성 평가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앞선 두 차례 사고와도 비교된다. 2018년에는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9년에는 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하는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세척공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세 사고 모두 추진제와 화약류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2018년 사고 이후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486건이 적발됐고 사업장은 안전수준 최하 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후 관련 책임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화측은 공정 자동화와 원격화, 안전설비 보강 등 개선 조치를 추진했다. 위험 공정 상당수는 작업자의 직접 접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의 핵심도 세척공정 자체보다 위험을 분류하고 관리해 온 체계에 맞춰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된 공정에 대해서도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고위험 공정 중심으로 설계된 안전대책이 다른 공정에도 적용됐는지, 위험 요소가 과소평가된 것은 아닌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기관도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수사과와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과 검찰도 각각 전담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나섰다.

수사당국은 정전기 관리와 작업 절차 준수 여부, 위험성 평가 과정,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과거 사고 이후 도입된 안전 강화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은 로켓과 유도무기 추진기관을 생산하는 국내 핵심 방산시설이다. 추진제 혼화·충전과 추진기관 개발 등이 이뤄지며 국내 유도무기와 로켓 추진기관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방산시설 특성상 보안 수준이 높고 생산 공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과거에도 안전관리 실태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충전·분리·세척. 세 번의 폭발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발생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 이번 수사는 개별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가리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장세풍·윤여운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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