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다시 열린 홍콩ELS 제재심…과징금 낮춘다
불완전판매 고의성, 부과 기준금액 등 조정
과징금 규모 1조4000억에서 대폭 줄어들 듯
금융감독원이 4일 오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과징금 부과안을 재논의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안에 대해 보완을 요구한 지 3주 만이다.
금감원은 과징금 산정 기준 가운데 위반행위의 중대성 평가 항목 등을 재조정해 과징금 규모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마련한 뒤 금융위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항목 조정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를 산정해 이날 제재심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도 참석하는 형태의 제재심을 다시 연 것은 아니고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라며 “위원들 간 이견이 없으면 금융위 보완요청에 대해 수정할 수 있는 부분만 정리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에서 의결까지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에 따르면 과징금은 위반행위와 관련된 수입 등을 기준으로 법정부과한도액을 산정한 뒤, 위반행위의 동기(고의성 등)와 방법, 피해 규모, 시장 영향 등을 반영한 부과기준율을 적용해 산출된다. 이후 피해배상 노력 등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해 최종 부과액이 결정된다.
금감원은 기본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홍콩 ELS 불완전판매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부과기준율을 30% 이상 65% 미만 구간에서 적용했다. 세부평가 항목 중 하나인 ‘위반행위 동기’는 상·중·하 3단계 중 ‘중’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위반행위가 고의에 의한 경우라도 목적이나 경위 등에 참작할 사유가 있거나, 중대한 과실에 따른 경우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위반행위 동기’ 평가 등급을 현행 ‘중’보다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마련한 수정안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6개월간 운영된 계도기간 중 판매된 홍콩 ELS를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금액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 법 시행 후 6개월(2021년 3월 25일~9월 24일)간 신규·강화 규제 위반에 대해 원칙적으로 계도한다는 비조치의견서를 의결한 바 있다.
6개월간의 판매금액이 제외될 경우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금액이 줄어들면서 전체 과징금 규모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증권사 12곳이 2021년 이후 판매한 홍콩 ELS 규모는 약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된 금액은 약 1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기본 과징금에서 가중·감경 사유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이 조정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충분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이 인정될 경우 금융당국은 기본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감경할 수 있다.
홍콩ELS 손실확정 계좌는 14만3316건으로, 이 가운데 99% 이상에 대한 배상 절차가 마무리됐다. 금감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자율배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점이 반영될 경우 최종 과징금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한 안건검토 소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치안상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과 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틀 후인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징금이) 조 단위는 아닐 것”이라며 “1조원 아래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ELS 과징금이 너무 과하다는 점을 금감원도 부기까지 달아 금융위에 올렸다”며 “실무적으로 홍콩ELS 과징금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논의하려고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금융위 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