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폭주로 빅테크 현금흐름 바닥
알파벳 847억달러 증액
AI 지출 7000억달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847억5000만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에 나서면서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미국 증시의 새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는 3일(현지시간) 알파벳이 AI 인프라와 컴퓨팅 역량 확대를 위한 주식 발행 규모를 847억5000만달러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3분기부터 진행할 400억달러 규모의 시장가 매각 방식 증자도 포함된다. 당초 80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던 조달 규모가 더 확대된 것이다.
AI 붐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라는 기대와 함께, 막대한 자금 조달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고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 4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50억달러 상향해 1800억~1900억달러로 제시했다. 로이터는 주요 기술기업들의 올해 AI 관련 지출이 당초 예상된 6000억달러에서 70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빅테크는 막대한 현금흐름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소화할 수 있었지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주식·채권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현금 창출력은 이미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8일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규모가 7250억달러에 달하면서 이들의 잉여현금흐름이 2026년 10여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4개사의 합산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3분기 약 40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6년간 분기 평균 450억달러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하는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가리킨다. 분석가들은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약 120억달러 줄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은 2025년 730억달러에서 약 200억달러로, 메타는 460억달러에서 180만달러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팩트셋은 AI 투자 비용이 불어나면서 현금 창출력이 강점이던 빅테크가 이제는 자본집약적 산업의 속성을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관심도 AI 투자 규모보다 자금 조달 능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카소 시장전문가는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만으로는 2027~2028년 대규모 자본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구글은 이번 주식 발행으로 AI 투자 재원을 외부 시장에서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초대형 기업공개(IPO)도 수급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주당 135달러에 5억5560만주를 발행해 약 75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의 주식 매각이 모두 성사될 경우 2021년 미국 IPO 조달액 기록인 1560억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충격이 과도하게 우려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일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초대형 IPO가 시장을 압도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봤다. 초기 유통 주식 비중이 낮아 지수 편입에 따라 자동으로 유입되는 자금 유입 규모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AI 투자 경쟁이 빅테크의 현금흐름과 주주환원 여력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