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제는 재난안전을 제도화시킬 때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기간 발생한 서울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는 그 책임을 둘러싼 정치성 공방으로까지 확전했다. 일부 후보는 이 기간 재난예방을 강화하겠다는 ‘재난안전’ 공약도 급조해 내놨다.
현재 현장안전과 구조 안전성을 살피던 감리단장과 현장관리소장, 구조기술사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 자체 조사와 별도로 경찰이 강도 높은 조사 중이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이 기회에 제도개선과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안전관리원의 ‘2025년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안전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D, E등급 공공시설은 전국적으로 213개에 달한다. 안전점검 대상이지만 구체적인 안전등급은 매겨지지 않은 ‘미지정’ 등급 시설도 532개가 산재해 있다.
여기에 더해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최소 반기마다 정기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는 시설물 가운데 미실시하거나 결과를 누락한 경우도 전체의 177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도 관할 시설물 가운데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이 기한 내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총 14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소문고가와 같은 도로교량‧하천수문 17개가 포함됐다.
전문가단체는 이번에 확인된 점검 공백 시설들에 대한 긴급안전점검과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지적한다.
대한토목학회는 우선 해체설계를 의무화하고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건축물은 해체계획서 작성과 기술 검토가 의무화돼 있지만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위험도 높은 고가도로나 교량 등 토목구조물에는 해체설계 의무가 없는 만큼 단계별 구조안전성 검토, 임시 지지 구조물 계획 등을 담은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담 감리제도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건축물 해체는 전담 감리가 배치되는 반면 토목 구조물 해체공사는 해체전문 전담 감리가 부재하다. 특화된 전문 감리 자격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구조물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인력 투입 이전에 드론과 로봇 같은 원격 점검기술이 먼저 적용돼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해체설계 부재로 결국 고위험 적정 공사비 산정이 어려워 저가 발주가 이뤄지는 악순환도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해체공사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것과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건설사고 예방 및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상시 운영해 사후 대응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중심 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새로 구성되는 지방정부가 시급히 재난안전에 대한 제도를 정비할 때다. 국민안전보다 더 우선시되는 정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