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킨 국힘, “선전” “파산선고” 충돌
“기대 이상 선전 … 장동혁 사퇴? 연임 마땅”
“‘윤 어게인’ 장동혁 체제에 대한 파산 선고”
지도부 책임·쇄신·한동훈 복당 신경전 예고
6.3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을 포함한 4곳에서 승리한 결과를 놓고 “악조건 속에서 선전했다” “장동혁 체제에 대한 정치적 파산 선고”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던 서울을 국민의힘이 우여곡절 끝에 이기면서 향후 △당 지도부 책임론 △보수 쇄신 △한동훈 복당 등을 놓고 주류-비주류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4일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4곳(서울·대구·경북·경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새벽까지 뒤지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던 일부 선거구의 개표가 미뤄지면서 이날 오전 10시까지 당선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개표 결과로는 오 후보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4곳 승리는 선거 초반 ‘15(민주당) 대 1(국민의힘)’ 참패 예상보다는 훨씬 나아진 성적표지만, 2022년 지방선거 ‘12(국민의힘) 대 5(민주당)’에 비해선 초라한 수준이다.
당 주류에서는 “이재명정부 초기에 치른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4곳이면 선전한 것”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것에 큰 의미 부여를 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오 후보가 개표에서 뒤지던 이날 새벽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거 연기나 재선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인정할 수 없는 선거”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고 심각하게 오염된 선거”라며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가 지는 걸 전제로 재선거를 요구하면서 당내에서 제기될 패배 책임론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동혁 지도부는 재선거 요구는 접고, 패배 책임론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장(장동혁)으로 분류되는 심규진 스페인 IE 대학 교수는 4일 사회관계망을 통해 “스타벅스 이슈는 2030세대의 결집을 이끌었고, 장 대표의 이슈 파이팅이 수도권 선거 지형에서 큰 역할을 했다”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장 대표) 책임론이 아니라 승리 선언”이라며 “대표가 사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장 대표는 연임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당 비주류에서는 “서울을 지켰지만 명백한 패배”라는 해석이다. “15곳 중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던 부산과 울산·강원 등 11곳을 졌으면 큰 패배”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힘 패배는 12.3 계엄→국민의힘 의원들 윤석열 체포 저지→국민의힘 당론으로 탄핵 반대→윤석열 탄핵→대선 패배→장동혁체제 출범→‘윤 어게인’ 논란→한동훈 제명이란 지난 1년 반 동안의 행보에서 충분히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민심은 출범한 지 1년 된 이재명정부보다 계엄과 탄핵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을 더 강하게 심판했다는 것이다. 서울 사수도 ‘윤 어게인’에 가까웠던 장 대표의 공이 아니라, ‘윤 어게인’과 거리를 뒀던 오 후보의 판단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친한계(한동훈)로 분류되는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6.3 선거는 장동혁 체제로 대표되는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한 정치적 파산 선고”라며 “(장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패배”로 해석하는 쪽에서는 장 대표의 사퇴와 함께 새 지도부 선출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보수 △영남권 △노령층에 편중된 당의 중심을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옮기는 쇄신안도 거론된다. 장동혁 지도부가 제명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만큼 한 후보의 시급한 복당도 요구안에 포함된다.
선거 결과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임기 고수를 원하는 장동혁 지도부와 쇄신을 요구하는 비주류 사이에 힘겨루기가 점쳐진다. 일단 장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당원들에게 물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당원 재신임 투표나 전당대회 개최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