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익, 재정적자가 만든 착시?
"닷컴 버블 때도 이익은 컸다" … 기술주 랠리에 기댄 증시 낙관론에 경고등
파이낸셜타임스(FT)에 1일(현지시간) 실린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의 기고문은 이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 기업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은 기업 자체의 경쟁력만이 아니라 정부 재정적자 확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둘째, 닷컴 버블 시대도 흔히 기억하듯 ‘이익 없는 기업들의 광풍’만은 아니었고, 당시 상장 테크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도 상당히 높았다는 것이다.
첫번째 주장은 경제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기업 이익은 기업 혼자 만들어내는 숫자가 아니다. 정부가 적자를 내 돈을 쓰면 그 돈은 결국 가계나 기업으로 흘러간다. 보조금, 방위산업 계약, 세금 감면, 인프라 지출은 모두 민간 부문의 소득을 늘린다. 이 과정에서 기업 매출과 이익도 함께 커진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칼레츠키-레비 방정식이다. 정부의 적자는 민간 부문의 흑자와 연결된다. 정부가 빚을 내 돈을 쓰면 누군가의 소득이 되고, 미국처럼 재정적자가 큰 나라에서는 기업 이익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샤르마는 미국 기업 이익이 1990년대 말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에서 현재 11%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최근 미국 재정적자는 GDP의 6%를 넘었다. 정부가 계속 큰 적자를 내면서 민간 경제에 돈을 공급했고, 이 흐름이 기업 이익을 떠받쳤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기업의 강한 실적은 순수한 민간 활력만의 결과가 아니다. 정부 지출이 뒤에서 받쳐준 측면이 크다.
두번째 주장도 중요하다. 닷컴 버블은 보통 펫츠닷컴 같은 무이익 인터넷 기업의 투기로 기억된다. 하지만 당시 모든 기업이 허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5~1999년 상장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평균 11%였다. 최근 5년 평균 15%보다는 낮지만 결코 약한 수치가 아니었다. 상장 테크 기업만 보면 당시와 현재 모두 연평균 20%를 웃도는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스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오라클 같은 기업들은 실제로 빠르게 돈을 벌고 있었다. 닷컴 버블 시대에도 진짜 이익을 내는 우량 테크 기업은 있었다. 문제는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이익에 투자자들이 얼마의 가격을 매겼느냐다.
이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대형 테크 기업은 닷컴 시대의 허약한 인터넷 기업과 다르다. 실제 매출과 이익이 있고 시장 지배력도 강하다. 하지만 “이익을 내고 있으니 버블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충분하지 않다. 이익이 있어도 주가가 너무 비싸면 거품은 생길 수 있다. 닷컴 버블의 핵심도 이익의 부재만이 아니라 미래 이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다.
샤르마가 주목한 또 다른 변화는 과잉의 위치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손실 기업과 투기적 기업이 공개 주식시장에 많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은 많은 신생 기업이 더 오래 비상장 상태로 남는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사모신용 시장이 이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한다. 그 결과 공개 주식시장에는 크고 수익성 좋은 기업들이 남고, 손실이 큰 기업들은 민간시장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론은 미국 기업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그 수익성을 설명할 때 정부 재정적자, 세금 감면, 민간시장 확대, 상장기업 구성 변화까지 함께 봐야 한다. 미국 증시의 진짜 질문은 “기업들이 돈을 버느냐”가 아니다. 질문은 “그 이익이 정부 적자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지, 금리 상승과 재정 축소 때도 버틸 수 있는지, 지금 주가가 이런 취약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