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휴전안에 헤즈볼라·이스라엘 동시 반발
헤즈볼라 “항복 요구” 거부, 이스라엘은 철군 불가
미-이란 종전협상 고비,
트럼프만 연일 ‘자신감’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합의가 발표 직후부터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까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레바논 전선이 다시 불안정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종전 구상에도 난기류가 감지된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이스라엘·레바논 회담 직후 양측이 휴전 이행 조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안은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 지역에서 헤즈볼라가 모든 공격을 중단하고 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해당 지역을 레바논 정부군이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합의 발표 직후부터 전쟁 당사자들은 모두 불만을 드러냈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4일 알마나르TV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라는 요구는 항복과 패배를 의미한다”며 합의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침략의 종식과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라며 “점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저항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마을들이 폭격받는 한 이스라엘 북부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 저항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역시 합의 이행에 미온적이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북부 국경 주민 보호를 위해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헤즈볼라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약 20%를 장악한 채 완충지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도 로켓 공격을 계속하고 있어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란 역시 레바논 휴전을 종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최소 요구는 이스라엘군이 전쟁 이전 위치로 철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도 별도 성명에서 “레바논 점령지에서 철수가 없다면 중동에 평화도 없다”며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결국 문서상으로 승리할 수도 있고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헤즈볼라의 반발과 관련해서도 “그들이 휴전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먼저 미국에 연락해 휴전 의사를 보였다”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협상은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제재 완화 등을 포괄하고 있지만 레바논 문제가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이 처음부터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휴전을 협상 조건으로 내세워온 만큼 이스라엘의 철군 거부와 헤즈볼라의 휴전 거부가 계속될 경우 종전 협상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