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도 사모대출펀드 환매중단

2026-06-05 13:00:18 게재

45억달러 환매 요청

개인 자금 이탈 확산

세계 최대 대체투자회사 블랙스톤이 대표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를 처음으로 제한했다. 고금리 시대의 안정적 수익처로 팔렸던 사모대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동시에 돈을 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파이낸셜타임스(FT) 5일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450억달러 규모의 블랙스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Bcred)에서 2분기 환매 요청이 45억달러로 늘자 일부만 받아들였다. 투자자들이 펀드 순자산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블랙스톤은 펀드 가치의 5%까지만 환매를 허용했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출 대신 자산운용사 등이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시장이다. Bcred는 매일 사고팔 수 있는 상장 펀드가 아니라, 일정 한도 안에서만 돈을 뺄 수 있는 ‘준유동성’ 상품이다.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대신 필요할 때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셈이다.

블랙스톤은 이 구조가 펀드의 “근본적인 특징”이라며, 투자자들이 때로는 유동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장기 초과수익을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Bcred가 출시 이후 연율 9.3% 수익률을 냈고, 현금과 차입 여력이 150억달러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블랙스톤은 1분기에도 환매 요청이 펀드의 7.9%까지 늘었지만 전액을 받아줬다. 이 결정은 업계 안에서 논란을 불렀다. 경쟁 운용사와 자산관리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준유동성 펀드를 실제보다 더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블랙스톤도 2분기에는 환매 제한 장치를 사용했다. 앞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록, KKR, 아레스 매니지먼트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환매 압력의 배경에는 사모대출 자산의 질에 대한 불안이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성장 전망이 흔들렸고, 이들 기업에 돈을 댄 사모대출 펀드에도 의문이 커졌다. 투자회사 클리프워터의 대형 사모대출 펀드에서도 분기 환매 요청이 17%로 급증했다.

Bcred 자체도 일부 보유 자산에서 손실을 반영했다. 펀드는 올해 고객서비스 소프트웨어 회사 메달리아 대출과 치과 서비스 회사 어포더블 케어 대출의 가치를 낮췄다. 4월 말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는 액면가보다 약 4센트 낮게 평가됐고, 가장 부실한 대출은 1달러당 30센트 넘게 깎였다.

Bcred는 블랙스톤 수익에도 중요한 펀드다. 지난해 블랙스톤의 운용·자문·성과보수 가운데 10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블랙스톤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고, 4~5월 Bcred 신규 투자 약정은 월 3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2025년 월평균 유입액보다 70% 감소한 규모다.

이번 환매 제한이 곧바로 펀드 부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사모대출 상품이 위기 때는 현금화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의 승자로 불렸던 사모대출 시장이 이제는 유동성 시험대에 올랐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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